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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콘퍼런스서 위탁 가능성 시사

“필요 땐 다른 업체 이용 가능”
AI 칩 수요 폭증 대응 강조

삼성전자 HBM3E 양산 이어
비메모리 사업 확장 기대감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11일(현지시간) 자사의 인공지능(AI) 칩 생산을 전담하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대만의 TSMC에 대해 “우리는 그들이 훌륭해서 사용하지만,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다른 업체를 이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 2위 삼성전자 파운드리에도 AI 칩 생산을 맡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위탁계약으로 이어질 경우 ‘비메모리 강자’로의 도약을 오랫동안 모색해온 삼성 반도체의 숙원을 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황 CEO는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팰리스 호텔에서 진행된 골드만삭스 그룹 주최의 테크 콘퍼런스에서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 삭스 CEO와의 대담을 통해 이같이 언급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다만, ‘다른 업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세계 AI 가속기 시장을 장악 중인 엔비디아의 최신 칩 생산 능력을 갖춘 업체는 TSMC와 삼성전자로 압축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황 CEO의 이번 발언에 대해 삼성전자에도 AI 칩 생산을 위탁할 수 있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현재 양산 중인 칩 중에서 업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호퍼’ 시리즈(H100·H200)와 차세대 버전 ‘블랙웰’을 모두 TSMC를 통해 생산하고 있다. 황 CEO는 TSMC에 생산을 의존하고 있는 이유로 “동종 업계 최고이기 때문”이라면서 “TSMC의 민첩성과 우리의 요구에 대응하는 능력은 놀랍다”고 치켜세웠다.

삼성전자는 황 CEO의 발언에 대해 별도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AI 돌풍으로 엔비디아의 칩 수요가 날로 급증하고 있는 만큼 향후 생산 기회가 있을 것으로 판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엔비디아로부터 품질 테스트가 진행 중인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의 양산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대감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파운드리 성과까지 가시화될 경우 메모리·비메모리 전 부문에서 삼성전자의 시장 경쟁력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황 CEO 역시 “(AI 칩) 수요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또 연내 양산을 목표로 하는 블랙웰에 대해서도 “강력한 수요를 경험하고 있다”면서 생산 물량 부족에 따른 제한된 공급 여파로 사재기 경쟁이 고조된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장보다 8.15% 오른 116.91달러에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12일 전장대비 2.16% 오른 6만6300원으로 장을 시작해 6만6000원 초반에서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김성훈·신병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