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아파트 지하주차장. 뉴시스

경찰이 ‘인천 전기차 화재’에 대한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사고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최초 목격자와 화재가 발생한 벤츠 차량 소유주를 조사했다.

1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인천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지난 1일 인천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최초 목격자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목격자는 당일 오전 6시 15분쯤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불을 보고 가장 먼저 119에 신고했다. 경찰은 또 처음 불이 난 벤츠 전기차 소유주도 참고인 조사를 했다.

벤츠 전기차 소유주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해에 전기차 정기 점검을 받았다"며 "불이 날 때까지 아무런 문제 없이 잘 타고 다녔다"고 진술했다. 그는 화재 발생 59시간 전에 벤츠 전기차를 아파트에 주차한 뒤 한 번도 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수사에선 당시 지하 주차장의 스프링클러를 꺼 피해를 키운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야간 근무자였던 직원은 관리사무소 내 방재실의 수신기로 화재 신호가 전달되자 스프링클러 밸브와 연동된 정지 버튼을 누른 것으로 파악됐다.

아파트 등 큰 빌딩의 경우 기계 오작동으로 화재 경보음이 울리면 입주자들의 항의가 빗발치는 탓에 실제로 불이 났는지 확인하지 않고 스프링클러나 경보기부터 끄는 경우가 있다. 2019년 9명이 사망한 인천 남동공단 세일전자 화재 당시에도 공장 경비원이 화재경보기와 연결된 복합수신기를 고의로 껐다. 이 경비원은 결국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1심과 항소심이 진행된 끝에 금고 1년 4개월의 실형을 확정판결 받았다.

경찰이 스프링클러를 꺼 피해를 키운 직원에게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하려면 이번 화재로 인명피해를 입은 입주민 등 23명의 상해 정도를 파악해야 한다. 이들 중 20명은 단순히 연기를 마신 경우였고, 2명은 어지럼증 환자였다. 나머지 1명은 화재 진화에 투입된 소방관으로 온열질환 증세를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연기 흡입이나 어지럼증 등이 신체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수준이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며 "화재 원인 조사와 병행해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또 오는 19일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함께 현재 서부경찰서에 보관된 화재 차량의 배터리팩을 다시 분해하는 등 3차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 수사와 별도로 인천 서부소방서 특별사법경찰이 스프링클러를 끈 직원에게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 세일전자 화재 당시 경비원도 이 혐의가 같이 적용됐다. 또 불이 난 아파트의 소방시설을 점검한 민간업체가 그동안 스프링클러 등을 제대로 확인했는지도 소방 당국의 조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허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