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정부가 지난 8일 발표한 규제 완화와 공급 중시의 부동산 정책은 올바른 정책이지만, 규제 완화가 부족해 과거의 실패를 답습할 것이다. 사람들은 이번에도 임대주택 비율과 지자체의 인수 가격, 용적률 완화의 복잡한 방정식을 풀 것이고, 조합원 간의 갈등과 지루한 행정 절차를 거치면서 사업은 더디게 진행될 것이다. 부동산 관련 조세와 규제의 획기적인 개혁만이 해법이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정책은 세계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우리는 상상 가능한 모든 정책을 경험했다. 문재인 정부가 30차례 가까운 부동산 정책을 내놨지만 모두 실패한 이유는 간단하다. 투기와 실수요라는 양극화된 사고를 가지고 가격 인하를 목표로 자의적인 규제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림자를 쫓으며 신화 속에서 헤매고 있다.

지금의 디스인플레이션 정책은 물가를 낮추는 게 아니라 물가상승률을 안정시키는 정책이다. 이 정책으로 돈은 여전히 풀렸고 물가는 계속 올라간다. 올라간 집값도 잘 낮아지지 않는다. 이 정책을 사용할 때 자금과 공급망 정리 등 주택 공급의 애로를 개선해야 한다.

부동산 관련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구조조정이 더디게 진행됐고, 급등했던 공사비는 아직도 조정되지 않았다. 건설 경기가 침체하고 일부 지역의 공급이 더디게 증가하면서, 부동산 가격은 오르고 있다. 이처럼 사면초가(四面楚歌) 상황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획기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첫째,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인정하고 시장원리에 입각한 정책을 세워야 한다. 가격은 자원 배분에서 가장 중요한 신호다. 가격 상승은 그 자체로 공급 부족을 의미한다. 집을 사겠다는 수요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집의 공급을 늘리는 것이 선순환적인 해결 방식이다. 가격을 존중하고, 가격을 통제하는 정책과 인위적으로 수익률을 조절하려는 각종 세금정책을 폐기하는 것이 올바른 부동산 정책의 시작이다.

둘째, 정부의 부동산 정책 대상은 서민이어야 한다. 정부는 강남 집값 걱정하지 말고 서민 주거의 안정적 공급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정부는 서민이 원하는 지역에 충분한 공공임대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공공에 의한 택지 개발과 주택 공급은 임대를 목적으로만 추진돼야 한다. 미분양주택을 구매해 주는 것은, 이익은 분양 사업자가 가져가고 위험은 정부가 지는 대장동 식 대책이다. 규제 개혁을 통해 민간은 철저한 시장원리에 의해 부동산을 거래하고, 정부는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계획을 세워 임대주택을 꾸준히 공급해야 건전한 부동산 시장이 형성된다.

셋째, 정부는 100년을 구가할 도시를 준비해야 한다. 고령화와 저출산, 그리고 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계획도 마련해야 한다. 지방 거점 도시들의 도시 기능 활성화, 수도권 전 지역에서 진행된 난개발을 정리하는 정책 등을 통해 미래의 번영을 함께할 도시를 개발해야 한다. 국제 경쟁력을 갖춘 도시가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에 일조할 수 있다.

지금까지 주택 공급에만 급급해 도시 경쟁력과 삶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 세계인이 살고 싶어 하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첨단 산업과 지식 산업을 이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도 올바른 부동산 정책이 절실하다.

이미지 크게보기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