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2022년 내가 군에서 제대한 직후 아버지(오른쪽), 어머니(가운데)와 함께 찍은 사진.

■ 사랑합니다 - 나의 아버지에게

나는 분명 어렸을 때부터 무수한 사람에게 형언할 수 없는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누군가 ‘사랑’이 정확히 무슨 의미냐고 물어본다면 아직 똑 부러지게 대답할 용기가 나질 않는다. 아직 나이가 어려서 그런 것인진 모르겠으나 진정한 의미의 사랑을 정의 내리기 쉽지 않다.

짧은 소견으로 사랑에 대한 정의를 내려보자면, 아마 생각이나 가치관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맞지 않는다고 느껴질지라도 그 사람이 생각나고, 그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게 사랑이지 않을까 싶다. 일상생활 속에서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생각나진 않는 법이고,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은 곤혹스러움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보든 주관적으로 보든, 내가 인생을 많이 산 편에 속하진 않겠으나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회사 내에서의 임원이라는 직책 때문인지 아니면 단순히 아버지로서 아들이 마냥 어려 보이는 것인진 몰라도 아버지는 내 생각을 깊이 이해하려는 눈치는 아니었던 것 같다.

이제 대학교 졸업과 졸업 이후의 삶을 조금은 생각해 봐야 하는 대학교 3학년이 되면서 아버지와 생각의 차이는 벌어져만 갔다. 나는 개인적으로 사회 이슈에 관심도 많고, 글 쓰는 것에도 자못 흥미를 두고 있기에 기자라는 진로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아버지는 못마땅한 기색을 내비치는 것이다. 이유인즉슨, 기자는 취업 전에도 취업 이후에도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이었다. (어느 직장인들 경쟁이 없는 유토피아이겠는가?)

내 진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때면 우리 아버지 맞나 싶을 정도로 섭섭하긴 하다. 그렇지만 앞서 내가 생각하는 사랑에 대한 정의를 놓고 보면 내가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여전히 아버지를 생각하고 있고, 아버지와 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아버지와 대화하는 것을 상당히 즐기는 편이다. 아마 장담하건대 대한민국 아들이 아버지와 술잔을 기울이는 시간을 기다리는 건 대단히 독특한 사례일 것이다. 보통 대한민국에서 부자 관계라 하면 어색하고 딱딱하다는 편견을 갖기 십상이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아버지와 술을 마시며 나라 정치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학업과 기타 활동으로 느끼는 일주일의 피로감을 씻겨주는 소중한 찰나의 시간이다.

전상곤 이사께선 아마 내가 이런 글을 썼는지도 모를 것이다. 사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이 공간에서 전부 하기엔 무리가 있지 싶다. 못다 한 이야기는 차후 술잔을 기울일 시간에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너무 아버지 이야기만 해서 서운했을 외조모 서춘자 여사와 모친 최정숙 여사께도 물론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며 글을 마치겠다.

아들 전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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