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시신 담긴 플라스틱통 태국 파타야 마프라찬 저수지에서 12일(현지시간) 잠수부들이 한국인 관광객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담긴 플라스틱 통을 살펴보고 있다. 태국 카오솟 홈페이지 캡처

피해자 모친에 몸값 1억 요구
플라스틱통에 시신 넣어 버려

피의자 “범인 2명중 1명만 알아
범행 가담한 적 없다” 혐의 부인

경찰, 태국 경찰과 즉각 공조 수사
현지체류 공범 2명 행방 쫓는중

창원=박영수 기자 buntle@munhwa.com

드라마 ‘카지노’와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를 연상하게 하는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태국에서 발생했다. 이들은 피해자를 살해해 대형 플라스틱 통에 넣어 시멘트를 채운 뒤 호수에 버렸고 살해 전후 피해자 어머니에게 전화해 몸값으로 1억 원을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범 3명 중 1명은 범행 후 귀국해 있다 주거지 인근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나머지 2명은 태국 경찰과 공조해 추적 중이다.

경남경찰청 형사기동대는 태국 파타야에서 한국인을 살해한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로 20대인 A 씨를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13일 밝혔다. A 씨는 전날 오후 7시 49분쯤 주거지인 전북 정읍에서 검거돼 압송됐다.

A 씨는 이달 초 파타야에서 지난달 30일 입국한 한국인 B(34) 씨를 한국인 공범 2명과 함께 살해한 후 파타야 마프라찬 호수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첫날 경찰 조사에서 ‘공범과 함께 있었을 뿐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다’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범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1명만 알고 있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출입국 기록과 통화 내역 등을 통해 A 씨 등 피의자들과 피해자 간 관계, 마약 관련성, 살해 동기, 범행 과정에서 역할 등을 집중적으로 수사 중이다. A 씨는 수 차례 태국을 왕래한 기록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 대한 수사는 지난 7일 낮 12시쯤 피해자인 B 씨의 모친에게 불상자가 전화로 300만 밧(약 1억1000만 원)을 보내지 않으면 아들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해 부모가 경찰서로 찾아와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협박자는 전화로 ‘B 씨가 마약을 버려 자신들에게 손해를 입혔다’며 몸값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다른 살해 동기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

태국 경찰은 주 한국대사관의 공조를 받고 수사에 나서 B 씨가 2일 방콕 후아이쾅 술집에서 목격된 것을 확인하고 CCTV를 통해 동선 파악에 나섰다. B 씨는 3일 오전 2시 한국인 남성 2명과 파타야로 떠났고, 피의자들이 파타야 마프라찬 호수 인근 숙소를 빌린 것으로 확인됐다. 태국 경찰은 피의자들이 탄 차가 4일 오후 9시쯤 검은색 천이 덮인 채 숙소를 빠져나간 장면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날짜별 상황을 종합해보면 피의자들은 3∼4일 사이 B 씨를 이미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뒤 7일 B 씨의 모친에게 돈을 보내라는 협박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경찰 측 판단이다. 부모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즉각 공조 수사에 나섰다. 이에 태국 경찰은 11일 밤 저수지에서 시멘트로 채워진 대형 플라스틱 통에서 B 씨의 시신을 발견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