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4일 서울 동대문구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역 사무실 맞은편에서 민주당 동대문을 당원들이 장 의원 단수공천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독자 제공

“경쟁력 있는 후보 왜 컷오프 하나…총선 패배 작정한 선언”
동대문서 성명 내고 항의 시위…무소속 후보 내는 방안 검토


오는 4·10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서울 동대문을에 현역인 장경태 의원을 단수공천한 것을 두고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지역위원회 일부 당원들과 주민들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친명 공천’을 거세게 비판하며 “지역 민심 확인을 위한 경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최고위원으로 대표적인 ‘친명계’ 인사로 꼽히는 장 의원은 지난 22일 당으로부터 단수공천을 받았다. 국민의힘은 이 지역에 검찰 출신인 ‘친윤계’ 김경진 전 의원을 내세워 탈환을 준비하고 있다.

25일 민주당 등에 따르면, 장 의원 단수공천을 반대하는 당원·주민들로 꾸려진 ‘동대문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전날 성명을 내고 “장경태 의원이 21대 국회에서 등원한 이후 동대문을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대통령선거, 지방선거에서 내리 3연패를 기록하며 민주당에 위기를 불러왔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민주당이 장 의원을 단수공천 하겠다는 것은 이번 총선을 이미 패배하기로 작정했다는 선언이나 다름이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장 의원은 지역 내 일에는 관심이 없고 본인 이름 알리기에만 급급해왔다”며 “본선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서울시의회 의장 출신 김인호 후보를 컷오프시키고 단수공천 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전날 동대문구에 있는 장 의원 지역 사무실 맞은편에 몰려가 현수막을 펼치고 시위를 하기도 했다.

이 단체 핵심 관계자는 “장 의원이 중앙 정치에서 자기 이름 알리기만 하는 동안 지역에서 치러진 3번의 큰 선거에서 민주당은 모두 국민의힘에 졌다”며 “이로 인해 단수공천 사유를 납득하지 못하는 것으로, 본선에 들어가기 전 지역 주민들이 장 의원을 평가할 기회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중앙당에서 경선을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민주당이 장 의원을 끝까지 후보로 고집할 경우, 무소속 후보를 내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동대문구는 2012년 이후 갑을 선거구 모두 더불어민주당에서 국회의원을 배출했다. 구청장도 민주당 소속 유덕열 전 구청장이 2022년 6월까지 3선을 했을 정도로 민주당의 당세가 강한 지역이었다. 하지만 지난 대선 때부터 분위기가 국민의힘으로 넘어가 국회의원 2명(안규백·장경태)이 민주당 소속이라는 존재감마저 희미해졌다. 2022년 3·9 대선에서 장안1~2동을 제외한 동대문구 모든 동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앞섰다.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도 국민의힘 소속 이필형 구청장이 최동민 민주당 후보를 여유있게 꺾었으며, 서울시의원도 4명 모두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다. 여기에 더해 유덕열 전 구청장이 수뢰와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되면서 민주당을 바라보는 지역 주민들의 눈초리가 더욱 매세워진 상황이다.

노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