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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의존형 ‘對中 동행경제’론 성장 한계… 산업혁신·구조개혁이 답

  • 입력 2023-11-16 09:37
  • 수정 2023-11-16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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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태윤의 Deep Read - 경제성장 회복의 조건

韓, 中 따라 성장률 춤추는 경제 동행성 강해… 반도체도 경기 순환성 커 지속성 담보 못해
새 성장동력 창출과 수출 시장의 지리적 확대 모색해야… 혁신·규제개혁·정부지원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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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정책의 상징적인 인물로 자유화·개방화 입장에서 경제를 이끈 것으로 평가받던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최근 사망했다. 중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그를 유명하게 만든 건 랴오닝(遼寧)성 당서기 시절인 2007년 서방 언론과의 인터뷰였다. 그는 “중국 정부, 특히 지방정부의 국내총생산(GDP) 지표를 신뢰하기 어렵다”면서 “다만 전력 사용량, 은행 대출액, 철도화물 운송량을 경제 상황을 파악하는 데 참고한다”고 했다.

◇한·중 동행성

경제학을 전공한 최초의 총리였던 리커창은 이미 중국 경제지표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리커창 총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특수한 시점을 제외하고는 대규모 경기 부양을 비교적 지양하는 가운데 부채를 줄이는 ‘디레버리징(deleveraging)’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런 경우 자유시장경제와 혁신을 통한 구조개혁으로 이뤄내는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이 함께하지 못한다면 경제성장률 하락은 불가피하다. 중국의 국내총생산 통계자료가 정상화되는 과정이었든지 실제 경제성장 부진 때문이든지, 2010년 이후 중국 경제의 성장률은 지속적인 하락 추세를 보이는데 우리 경제도 이와 동행(同行)하며 매우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

2010년 10.6%의 경제성장률을 보였던 중국은 2011년 9.6%로 하락한 후 2012∼2015년에는 7%대, 2016∼2019년에는 6%대로 떨어지고, 코로나 시점인 2020년에 2.2%로 급락한 후 2021년 반등했으나 2022년 3%까지 다시 하락했으며 경기 회복이 여전히 불투명하다. 우리나라 역시 2010년 6.8% 성장률에서 2011·2013·2014년에는 3%대로, 2015·2016·2018·2019년에 2%대로 성장률이 낮아진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의존도가 2010년에 25.1%나 됐고 2022년에도 22.8%로 여전히 높은 의존도를 나타내고 있음을 고려하면 실물경기 측면에서 중국과의 동행경제라는 표현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

따라서 현재 무역구조에서 중국 경기가 반등하지 않는다면 우리 경제의 회복은 어렵다. 이러한 측면은 우리와 중국 기업의 실적 유사성으로 나타날 수 있고, 결국 이를 반영해 주식시장에서도 한·중 동행성이 관찰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중국 경제의 불안정

한국뿐 아니라 대중 무역의존도가 높은 경제는 중국 경제의 부진이 해당 경제에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국가가 유럽 경제를 견인했던 독일이다. 독일 역시 현재는 마이너스 성장률에 대한 우려가 번져 있는데, 급격한 에너지 전환 문제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도 있지만, 주요 원인은 제조업 경제로 대중국 수출에 크게 의존하던 상황에서 중국 경제의 부진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의 대중국 수출의존도는 2021년 7.7%, 2022년 6.7%로 수출 대상국 가운데 상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의 대중국 수출의존도에 비해서는 낮지만, 독일의 최대 수출 상대국인 미국 비중이 8%대, 유럽연합 내 최인접국 프랑스 비중이 7%대임을 고려하면 독일 경제의 중국 밀접성은 매우 높다.

중국이 경기를 회복시키는 가장 쉬운 방법은 다시 유동성을 확대하고 부채를 증가시키는 정책인데, 이 경우 부채 증가만큼 자산 가치가 높아지지 않는다면 채무의 질적인 저하로 금융시장과 경제 전반의 위험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부채 증가는 리커창이 발생을 막기 위해 노력했던 과잉부채 위기, 특히 선진 경제로의 질적인 변환 없이 부채에 의존한 경기 부양을 계속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기 쉬운 위기에 노출될 수 있다는 걸 뜻한다.

설사 직접적인 과잉부채 위기는 아니어도 불균형적인 자산가격 급등은 부의 불평등과 이로 인한 사회적 불안정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나 과연 현재의 중국 당국이 자유시장경제 혁신과 구조개혁을 이뤄낼지는 미지수다. 결국 중국 경제의 안정적인 회복은 확신하기 어렵고, 이는 우리 경제 역시 비슷한 성장 경로에 봉착할 수 있다는 걸 말한다.

◇반도체 의존형

다만 중국 경제성장률이 가라앉고 우리 역시 성장률이 낮아지던 추세 속에서도 경제성장률이 다른 때에 비해 높았던 시점이 있는데, 여기엔 반도체 사이클이라 불리며 수출이 급증했던 시점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지속적으로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 와중에 근처 연도보다 경제성장률이 높았던 해는 2010·2013·2014·2017·2018·2021년이다. 이렇게 인접 연도에 비해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였던 때는 모두 반도체 수출이 급증했던 시기다. 반도체 수출증가율은 2010년 63%, 2013년 13%, 2014년 10%, 2017년 57%, 2018년 29%, 2021년 29%였다. 해당 연도를 제외하고 반도체 수출은 아예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였거나 0∼10%대로의 증가에 그쳤다. 즉 전반적인 트렌드 상으로는 중국 경제와 비슷하게 성장률이 감소하지만, 반도체 국제 경기가 좋아서 수출이 증가하던 시점에는 하락을 멈추고 오히려 성장률이 높아졌다.

다만 이러한 경제성장률 반등은 지속할 수 없었는데, 근본적으로 반도체 수출은 산업 사이클에 크게 영향을 받아 일정 주기를 가지고 다시 위축됐기 때문이다. 결국 일시적 회복에는 분명 도움을 주지만, 반도체 사이클에 따른 경기 순환성이 높은 산업 성격상 경제성장률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이러한 성장률 추세와 변동을 보면 경제성장을 회복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는 분명하다. 중국 내수경제의 회복이 충분하지 않은 가운데 국제 반도체 경기까지 좋지 않다면 우리 경제는 이중적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혁신과 구조개혁

따라서 반도체 의존형 중국 동행경제로는 반도체산업 사이클상에서 일시적인 개선은 가능해도 성장의 장기적인 회복은 불가능하다. 결국 반도체 이외에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새로운 성장산업을 창출하는 혁신이 가능한가, 그리고 중국 이외에 실질적이고 접근 가능한 시장을 지리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가, 이 두 가지가 한국 경제성장 회복에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두 가지 모두 정책적인 측면과 깊은 연관이 있다. 첫째는 노동과 자본이 새로운 산업 분야로 재배치될 수 있도록 규제환경을 중심으로 한 구조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둘째는 우리 기업이 다른 국가로 진출할 때 불이익을 받지 않고 해당 국가와 원활한 경제협력과 교류가 실질적으로 가능하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 용어설명

‘레버리징(leveraging)’은 빚을 지렛대로 한 투자. 즉 수익 증대를 위해 차입자본(부채)을 끌어 자산 매입에 나서는 것. 이와 반대로 ‘디레버리징(deleveraging)’은 부채의 축소를 의미.

‘반도체 사이클’은 주로 생산(공급)과 수요의 시간 차이로 인해 호황과 불황이 발생하는 경기 순환 사이클. 최근 반도체 사이클의 ‘업 앤드 다운’이 빨라지고 진폭이 커지는 문제점이 나타남.

■ 세줄 요약

한·중 동행성 : 2010년 이후 중국 경제의 성장률은 지속적인 하락 추세를 보이는데, 한국 경제도 이와 동행(同行)하며 유사한 패턴을 보여. 현재 무역구조에서 중국 경기가 반등하지 않는다면 우리 경제 회복은 어려워.

중국 경제의 불안정 : 중국 경제의 부진 속에서 중 당국이 자유시장경제 혁신과 구조개혁을 할지는 미지수. 중 경제가 안정적인 회복을 하지 못한다는 건 우리 경제 역시 비슷한 성장 경로에 봉착할 수 있다는 걸 의미.

반도체 의존형 : 반도체가 때로 한·중 동행성에 따른 성장 하락을 막아주나 경기 순환성이 높아 경제성장률을 계속 끌어올리지는 못해. 결국 새 성장산업 창출 혁신과 중국 외 시장의 지리적 확대라는 문제를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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