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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안 옮기지만 피부질환 유발… “지하철에까지 출몰” 목격담도

권도경 기자
권도경 기자
  • 입력 2023-11-0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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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이미지 크게보기 5일 서울 한 쪽방촌 골목에 ‘빈대 주의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서울시는 쪽방촌·고시원 등의 위생 취약 시설에 빈대 방제 예산을 투입하고, 숙박시설 등에 대한 전수 점검을 시작했다. 연합뉴스



■ What - ‘빈대 공포’ 확산…전국서 출몰

코로나 이후 해외서 옮겨들어와
물리면 빨갛게 붓고 가려움생겨

독성 약한 살충제엔 내성 갖춰
방역당국, 대체살충제 도입검토

매트리스·소파 틈새 살펴 확인
고온에 약해 스팀소독시 사라져


40여 년 전 자취를 감췄던 빈대가 출몰하면서 전국에 ‘빈대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등 세계 주요 대도시에서 기승을 부리던 빈대는 최근 전국 각지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9월 대구의 한 대학 기숙사와 지난 10월 인천 찜질방에서 빈대가 잇따라 발견된 데 이어 서울 가정집과 고시원에서도 나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KTX나 SRT, 지하철 등에서 빈대를 발견했다는 목격담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종료 이후 여행자가 급증하면서 빈대가 국경을 넘어 퍼진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빈대는 살충제에 내성을 갖춰 박멸하기도 까다롭다. 여러 나라가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이기 위해 독성이 약한 살충제를 쓰면서 빈대는 저항성까지 강해졌다.

◇독성 약한 살충제에 내성, 이동량 늘면서 확산 = 국내에 빈대가 퍼진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해외 이동량이 늘었고, 빈대가 각종 살충제에 내성을 갖춘 탓이다.

이미 4∼5년 전부터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빈대가 ‘공중보건 위기’를 불러왔다. 2018년 프랑스 파리에서는 저가 호텔과 변두리 주택, 공공시설 등 총 40만 곳에서 빈대가 나왔다. 2020년에는 정부가 ‘빈대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대대적 퇴치 캠페인도 벌였다. 내년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프랑스 정부는 비상이 걸린 상태다. 최근에도 기차와 지하철, 영화관에 이어 학교 도서관에서도 빈대가 발견돼 휴교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영국도 프랑스발 빈대 유입을 막기 위해 대중교통 방역작업을 매일 하곤 있지만 빈대를 막진 못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끝나자 국내외 이동량이 급증했다. 파리와 런던 등 유럽 대도시에는 여행객들이 몰려들었고, 외국인 유학생들도 국내로 돌아왔다. 이 과정에서 빈대가 옮겨왔을 가능성이 크다.

빈대가 각종 살충제에 내성이 생긴 영향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는 1960∼1970년대 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DDT) 등 강력한 살충제를 뿌리는 방역을 하면서 빈대를 박멸하다시피 했다. DDT는 방제 효과가 탁월했지만 환경 독성 우려도 높았다. 1972년 스톡홀름회의에서는 생태계 잔류 가능성이 큰 DDT를 비롯한 유기염소계 농약을 규제하기로 결정됐다. 한국도 1979년부터는 DDT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역설적으로 DDT 사용이 금지되면서 빈대 퇴치는 어려워졌다.

국내에서는 빈대 방제를 위해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를 쓰고 있다. 하지만 내성을 갖춘 빈대는 살충제 원액에서도 죽지 않아 방제 효과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질병관리청 등 방역당국은 환경부와 대체 살충제 사용을 협의하고 있다. 후보군은 네오니코티노이드계와 피롤계 살충제다. 최근 외국에서 피레스로이드계 대신 이들 계열 살충제를 쓰면서 빈대 방제에 효과를 보는 것으로 파악됐다. 방역당국은 이들 계열 살충제의 빈대 방제 효과를 검토한 후 방역현장 적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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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옮기진 않아…물리적·화학적 방제 병행해야 = 현재 빈대는 총 75종이 존재한다. 국내에 주로 출몰하는 빈대는 반날개빈대와 일반 빈대다. 빈대는 빛을 싫어해 낮에는 가구나 벽 틈에 숨어 있다가 밤에 사람의 피를 빤다. 암수 모두 일주일에 1∼2회 흡혈한다. 10분 동안 자기 몸무게의 2.5∼6배까지 흡혈할 수 있다. 빈대에 물리면 피부가 빨갛게 붓고 가렵다.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간은 이른 새벽이다. 실내 어두운 곳에서 알을 까며 번식한다. 성충은 가정집 실내 온도인 18∼20도에서 잘 자란다. 한번 부화해 성충이 되면 2∼3년간 산다. 성충 한 마리는 일생 동안 약 200개의 알을 낳는다.

빈대는 감염병을 옮기진 않는다. 하지만 가려움증 등 2차적 피부 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 질병청 관계자는 “빈대에 물렸다면 물과 비누로 씻고, 병원에 가서 증상에 따라 의약품 처방을 받고 치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드물지만 아나필락시스도 일어날 수 있다. 흡혈량이 많거나 집중적으로 물리면 고열과 염증 반응을 동반하기도 한다.

빈대 방제를 위해선 먼저 집이나 공동 숙박시설에 빈대가 있는지 확인한다. 빈대가 발견된다면 오염 장소를 중심으로 동시 방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빈대는 고온에 약해 45∼50도 열을 쏘이면 죽는다. 스팀 소독을 하면 대부분 사라진다. 박경화 국립환경과학원 화학물질연구과장은 “빈대를 발견했을 때 스팀청소, 청소기, 건조기 등을 통한 물리적 방제를 먼저 실시한 후 살충제를 이용한 화학적 방제를 병행하는 것이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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