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어준 씨.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돼 검찰에 송치된 방송인 김어준(사진) 씨가 송치 직후 방송을 통해 수사 중 대검찰청이 경찰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고, 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 사건을 넘기라고 지시했다는 또 다른 허위 발언을 해 논란에 휩싸였다.

대검과 사건을 수사·송치한 성북경찰서는 사실무근이란 입장이다.

26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씨는 지난 21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뉴스 공장’을 통해 본인의 명예훼손 혐의 송치 배후엔 대검이 있다고 발언했다. 지난 19일 서울 성북경찰서는 김 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북부지검에 송치했다. 경찰은 김 씨가 2020∼2021년 TBS ‘뉴스공장’과 유튜브 ‘다스뵈이다’ 등을 통해 채널A 사건을 언급하면서 “녹취록에서 채널A 기자는 말한다. ‘사실이 아니라도 좋다. 유시민(전 노무현재단이사장)에게 돈을 줬다고만 해라. 검찰에 고소할 사람도 준비됐고, (검찰이) 유시민 집·가족을 털 것이고 노무현 재단도 압수 수색할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주장하는 등 허위 사실을 통해 의도적으로 이 전 기자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김 씨는 지난 21일 유튜브 방송을 통해 “언론엔 경찰이 (내가) 혐의가 있어서 송치했다는 식으로 나왔는데 아니다”며 “얼마 전 대검이 주임검사를 바꾸고, 사건을 재배당 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건을) 특별수사본부에 넘기고 영장을 치라고 지시를 했다”며 “수사를 하다가 압수 수색이 필요하고, 영장을 칠 필요가 있어서 하는 게 아니고, 처음부터 ‘오더’가 내려오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놈 쳐라’ 이렇게 저렇게 답을 정해 놓고 (말이다.)” 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과 검찰은 사실 무근이란 입장이다. 2021년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은 경찰에 수사지휘를 할 수 없다. 성북경찰서 관계자는 “경찰엔 특수본 자체가 없다”며 대검으로부터 부당한 지시를 받은 적은 일체 없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도 “사실무근이고 영장 신청이나 특수본에 사건을 넘기라고 하는 등 경찰에 압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법조계 관계자는 “김 씨가 또 다른 음모론을 통해 경찰 송치가 부당하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라고 꼬집었다.

김 씨의 명예훼손 사건을 송치받은 북부지검도 이 같은 추가 허위사실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기자 측으로부터 추가 허위사실이 담긴 김 씨 유튜브 방송 녹취록도 탄원서 형태로 제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명예훼손 사건의 경우, 반성의 기미·죄질 불량 여부 등은 법원 판단에 중요한 요소다. 동일한 허위 발언으로 이 전 기자는 김 씨에게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했는데, 1심을 맡은 서울동부지법 민사3단독 장민경 판사는 7월 “김 씨가 ‘검언유착’이란 자신의 견해를 부각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내용을 왜곡했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하고 500만 원의 손해배상금 지급을 명령했다.

염유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