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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소설, 한국을 말하다

좋은 글, 아름다운 감각 표현?… AI시대 문학에 중요한 건 로비의 힘

  • 입력 2023-09-18 09:07
  • 수정 2023-09-1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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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이미지 크게보기 일러스트 = 토끼도둑 작가



AI(인공지능)는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까. 가속하는 저출산과 고령화, 사교육 광풍, SNS가 발신하는 끝 모를 욕망 속에서 한국인은, 또 한국 사회는 어디를 향해 가는가.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이 질문에 답한다. 9월 4일부터 연재에 들어간 문화일보의 ‘소설, 한국을 말하다’는 문단에서 가장 첨예하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소설가 15명이 들여다 본 ‘지금, 한국’을 짧은 소설에 담았다. 매주 월요일 한 편 씩 공개되며, 12월까지 계속될 예정.

(3) 곽재식
AI - 제42회 문장 생성사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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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회 인공지능 문장 생성사 자격 면허 시험
(*) 다음 지문을 읽고 질문에 답하시오.


노벨문학상 수상자들 중에 한국의 최다영 작가만큼 많은 존경을 받고 높은 영예를 누린 작가는 없을 것이다. 최다영 작가가 자신의 가장 큰 업적이 될 그 문제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사회 변화의 분위기 때문이었다.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인공지능 때문에 일자리를 잃는 일은 사회의 아주 넓은 영역에서 나타났다. 식당에서 주문을 받는 일을 하던 사람들은 자동으로 주문을 입력하는 키오스크나 태블릿 장치 때문에 일자리를 잃었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김밥을 싸는 로봇이나 탕수육을 튀기는 로봇이 저렴하게 나오자 그런 일을 하던 사람들 역시 일자리를 잃었다. 다른 사업들도 다 그런 식이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억지로 인공지능을 채택하지 않고 일자리를 줄이지 않기로 노력한 영역에서도 일자리는 소멸했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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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손톱깎이 생산 회사인 칠삼공업의 대표는 회사 직원들의 일자리를 보호해 주기 위해 로봇을 도입하지 않기로 약속한 적이 있었다. 그에 비해 경쟁사인 트리플일레븐은 그 반대 전략을 택했다. 트리플일레븐은 로봇을 대량 배치해서 공장을 운영했는데, 그 로봇들은 24시간 주 7일 연속으로 일하면서 실수도 하지 않았으며 비용은 덜 들었다. 그러니 트리플일레븐의 손톱깎이는 칠삼공업 제품보다 더 값싸면서도 품질이 좋았다. 그러니 다들 트리플일레븐의 제품만 샀고, 칠삼공업의 제품은 팔리지 않았고 결국 시간이 지나자 칠삼공업은 도산해버렸다. 도산하기 직전까지 직원들 중 해고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회사가 망하니 일자리를 잃기는 매한가지였다. 다른 산업의 노동자들 중에서도 자기 일자리가 직접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되지는 않아도,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는 경쟁사 때문에 자기가 일하던 회사가 망하는 바람에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은 계속 나왔다.

최다영 이전 시기까지만 해도,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 즉 시인, 시나리오 작가, 연설문 작가, 소설가 등의 직업도 인공지능 때문에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 전망이 암담한 직종이었다. 인공지능이 글을 월등히 잘 썼기 때문만은 아니다. 당시만 해도 인공지능의 성능에 한계가 있어서 인공지능이 글을 쓰면 참신하고 창조적인 연설문이나 소설은 잘 못 쓴다고 했다. 그러나 작가나 기자라고 해서 어떻게 매번 참신하고 창조적인 글만 쓰겠는가? 작가들은 어정쩡한 글, 대충 쓴 글, 그저 그런 글을 써서 먹고살 때도 많다. 그런데 그 정도는 충분히 인공지능이 흉내 낼 수가 있었다. 인공지능은 그런 일을 사람보다 빨리, 마감을 맞춰 해냈다. 그것만으로도 위협적이었다.

게다가 기괴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대체로 작가들이 먹고살기 위해서는 정말로 참신하고 창조적인 글을 써서는 안 된다는 문제도 무시할 수 없었다. 현실을 보면, 글이 꼭 참신하고 좋을 필요는 없다. 그저, 출판사나 언론 업계의 높은 분들의 눈에 참신한 것처럼 보이는 게 중요하다. 세상 사람들에게 정말로 감동을 줄 수 있는 글이 아니라, 내 글을 받아 보고 평가하는 출판사, 언론사, 방송사의 어느 높은 분이 읽었을 때 “이 글을 세상 사람들이 좋아할 거 같다”라고 지레짐작할 만한 느낌을 주는 글을 쓰는 게 정말로 사람들에게 좋은 글을 쓰는 것보다 먹고사는 데는 훨씬 중요하다. 그런 식으로 글을 맞춰 써 바치는 것은 세상의 모든 작가들에게 대단히 피곤한 일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아무리 그런 글을 쓰더라도 피곤함을 느끼지 않는다. 연휴에 개최하는 멋진 지역 행사 이름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해 보자. “뻔Fun한 축제” “신나는 樂 페스티벌” “Mom이 편한 어린이 파티” 같은 행사 제목을 붙이면 정말 재치 있으면서도 웃기고 발음도 입에 착 달라붙으면서도 의미가 깊고 그러면서도 젊은 감성이라고 감탄하며 좋아하시는 높은 분들은 분명히 세상에 아직 있다. 작가는 거기에 힘겹게 맞춰줘야만 한다. 그러나 그런 말장난을 만드는 데, AI는 지치지 않는다.

한때는 웹소설이나 인터넷 커뮤니티라고 해서, 그런 높은 분들의 취향과 상관없이 정말 와 닿는 글이 직접 사람들의 눈에 뜨일 수 있는 경로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큐레이션을 해준다느니, 패키징과 프로모션으로 옵티마이제이션을 해준다느니 하면서 그런 곳에도 다 중간에서 관리하는 사람들이 끼어들어 “뻔Fun한 축제”와 “신나는 樂 페스티벌” 같은 말을 웹페이지 맨 위에 노출하려고 한다. 사실, 그건 큰 문제도 아니다. 요즘은 대다수 동영상 공유 사이트나 인터넷 글 소개 사이트에서 인공지능 추천 알고리즘이 어떤 글을 퍼뜨릴지 고르고 있다. 요즘 세상에서 어떤 글이나 영상이 많이 퍼져 인기를 끌려면 알고리즘을 타고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 콘텐츠로 소개되는 게 상책이다. 알고리즘의 마음에 들어야 성공한다. 그런 글이 뭔지 누가, 어떻게 알까? 그나마 인공지능에게 글을 쓰게 하는 것이 좋은 방법 아닐까?

다행히 최다영은 이런 시대가 시작되기 직전에 인기 있는 글을 써서 많은 돈을 벌어 둔 극소수의 작가들 중 한 사람이었다. 많은 평론가들이 진부해 빠진 뻔한 소설이라고 최다영의 소설을 비난했지만, 그렇거나 말거나 최다영은 여유가 있었다. 그리고 그 여유를 가지고 최다영은 소설을 위해서, 문학계를 위해서, 세상의 모든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해서, 도대체 진정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가만 보니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의료 인공지능을 예로 들어 보자. 의료 인공지능은 성능은 어지간한 의사들보다 훨씬 기능이 좋다. 의사를 만나는 것보다 스마트폰에 설치되어 항상 내 행동을 살피는 건강 인공지능과 상담하는 것이 가벼운 질환의 경우에는 훨씬 더 정확하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사 대신에 로봇만 데려다 놓은 병원은 없다. 왜냐하면 법으로 의사의 자격은 보호받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이 아무리 좋아도 의사가 진료를 하지 않으면 불법이다. 변호 인공지능의 기능도 매우 뛰어나다. “어텐션 알고리즘을 이용한 위상 차원 공간의 GAN 기술 사용은 영업 방해에 해당하는가 그렇지 않은가” 같은 소송을 한다고 해보자.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뭐가 문제인지 이해도 못한다. 이럴 때 변호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조언을 들을 수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요즘 변호사들은 서류를 만들 때 그냥 변호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돌려서 결과를 얻은 뒤, 말투를 조금 고치고 자기 이름을 써넣는 것 정도로 대부분의 작업을 끝마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로봇 변호사가 재판에 참여하지는 못한다. 법으로 변호사의 자리는 보호받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이 아무리 좋아도 변호사가 재판을 맡지 않으면 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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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의 12%는 국회의원에 선출된 이후, 실제 의회 활동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 정도가 국회의원들의 역할이라면 인공지능 기술로도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국회의원과 비슷한 고위 공무원을 기계로 대체하면 되지 않을까? 안 된다. 그 자리는 법으로 보호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다영은 결단을 내렸다. 성공하는 문학을 위해서 좋은 글을 쓰거나 아름다운 감각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문학도 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인공지능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일을 잘하는 훌륭함이나 노력이 아니라, 법과 제도를 바꿀 수 있는 로비의 힘이다. 최다영은 이름이 그럴듯하고 회장과 이사에게 월급을 많이 주는 예술 후원 단체를 하나 만들었다. 그리고 그 단체 이사 자리를 전직 고위 공무원들, 정치인들에게 나눠 주었다. 곧이어 최다영은 법과 제도를 만드는 사람들을 조종해, 마침내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 “문장 생성사”라는 자격 면허 제도를 만들도록 했다.

이제 모든 글은 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써 준다. 소설도, 시도, 영화 대본도, 그리고 시험 문제에 실릴 지문도. 그러나 그 프로그램을 실행할 때 “실행”이라고 적힌 사각형 모양의 단추를 누를 권한은 오직 면허를 가진 작가들만 갖도록 법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문학에 대한 심오한 이해를 갖춘 사람들만이 기계를 이용해서 글을 쓰는 작업을 잘 관리 감독할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그렇게 해서 작가들은 자기들끼리 만들어 놓은 자격시험 제도를 통과해야만 버튼 누를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면허가 없는 사람이 글 써 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함부로 사용하면, 5천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2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한 번의 자격 취득으로 평생의 생계와 직업이 보장되는 최고의 꿀직업, 의뢰가 들어오면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단추를 한 번 누르는 것이 일의 전부인 직업, 요즘 똑똑한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그 자격을 얻기 위해 피 터지게 경쟁한다는 문장 생성사라는 직업이 작가라는 직업을 대체하는 역사적인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질문1) 최다영의 업적에서 가장 중요한 요점은 무엇인가?
(질문2) 지문 내용의 문장 중 가장 사실과 거리가 있는 진술은 무엇인가?
(질문3) 최다영보다 문학에서 더욱 위대한 업적을 세울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나타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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