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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어 독을 환각제로 쓴 돌고래?… 동물도 사람처럼 취한다

유민우 기자
유민우 기자
  • 입력 2023-09-1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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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 취한 파리와 맛이 간 돌고래
오네 R 파간 지음│박초월 옮김│엠아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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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변기에 마약을 넣고 물을 내리지 마세요.”

미국 테네시주 러레토 경찰서는 메스암페타민을 변기에 넣고 물을 내리려던 범죄 용의자를 검거한 후 이 경고문을 SNS에 게재했다. 마약에 취한 악어가 강가에 출몰해 시민들을 공격할 우려 때문이었다. 학계에서 악어가 마약에 취해 공격성을 보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반발하자 해당 경찰서는 농담이었다고 해명했다. 경고문은 해프닝으로 일단락됐지만 하수 배관에 쏟아지는 수많은 화학 물질이 생물계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웃어넘기기가 어렵다. 플라나리아 등의 편형동물부터 오리, 돌고래까지 마약에 취한 반응이 관찰됐다.

책은 ‘취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사람한테만 해당하는 현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생물학자 겸 약리학자인 저자는 동물들 사이에서 흔히 보이는 약물 섭취 행위와 그것이 진화와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 설명한다. 1982년 하버드대학교 박사 학위 논문에 취도 측정기가 등장했고 과학자들은 이를 이용해 초파리를 실험관에 집어넣어 행동에 기반한 알코올 반응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책은 향정신성 약물을 생물에 투입한 실험, 자연에서 얻어진 마약을 섭취한 동물들을 나열한다. 찰스 다윈은 동료 학자로부터 코알라가 술에 맛을 들인 후 럼주를 뺏어가기 시작했다는 서신을 받았다. LSD를 투약한 실험체 돌고래는 소극적인 모습이 사라지고 분주해졌다. 돌고래가 복어의 맹독을 마약처럼 활용하는 듯한 모습도 나온다. 동물학자 론 필리 박사는 돌고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던 중 돌고래 무리가 복어를 조금씩 뜯어먹고 서로에게 건네는 모습을 보았다. 이때 돌고래는 ‘취한 듯한’ 넋이 빠진 모습을 하고 있었다.

동물들이 이렇게 취하는 물질을 찾아다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진화론적인 측면에서 설명한 여러 가설이 존재한다. 하나는 식물들이 동물들을 상대로 화학 심리전을 펼친다는 것이다. 식물들이 포식자의 신경계를 교란하는 화학 물질을 생성해 생존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는 것. 알코올 냄새와 맛을 향한 강렬한 끌림이 완전히 무르익은 과일을 찾도록 도와준다는 ‘술 취한 원숭이 가설’도 있다. 원숭이가 발효된 과일을 허겁지겁 먹어치우고 그 과정에서 과육 덩어리를 떨어뜨리기도 하는 모습에서 등장한 가설이다.

동물도 취할 수 있다는 내용 자체가 흥미롭고 과학자인 저자가 상세한 원리를 설명해 술술 읽힌다. 400쪽, 1만8000원.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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