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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하는 일’ 인데도… 난 왜 지치고 외로워질까

박동미 기자
박동미 기자
  • 입력 2023-09-1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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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세라 자페 지음│이재득 옮김│현암사

사명감·성취감 그리고 열정
‘노동 행복’ 신화속의 현대인

‘나쁜 엄마’ 비판받는게 싫어
가정선 여전히 ‘무보수 노동’
교사는 ‘학생사랑’ 강요받아

일에 대한 관계 재정립통해
올바른 노동 가치 일깨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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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하루. 그 속에서 우리 대부분은 최소 3분의 1을 일터에서 보내거나, 어떤 식으로든 그만큼, 혹은 그 이상의 일을 한다. 그것은 어떤 의미인가. 일은 자기실현 수단이고, 경제적 문제를 해소하고, 또 누군가를 돕는다. 때로 그것은 거의 ‘사랑’에 가까운 형태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왜 지치고, 초조하고, 외로운가. 열심히 일할수록 말이다. 책은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동시에 이미 제목으로 답한다. 당신이 사랑하고, 혹은 사랑한다고 착각하고, 또 사랑해야만 할 것 같은 당신의 그 일이, 반대로 당신을 사랑하는 데엔 인색해서다. 일을 향한 순전한 마음이나 열정적 태도와 상관없이, 일은 끊임없이 희생을 강요하며 일하는 모든 이들을 크고 작은 부조리에 처하게 한다.

왜 이렇게 됐나. 책은 그 근원을 파고들며 ‘선동’한다. 이제 일을 보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그리 오래되지 않은 노동시장 신화에, 우리의 눈이 가려져 있다고 말이다.

사랑하는 일을 하라거나, 일을 사랑하라거나, 혹은 사랑하듯 일을 해야 한다거나…. 저자는 이를 ‘사랑의 노동’ 신화라고 규정하고, 돌봄 노동부터 가사 노동, 사명감을 짊어진 교사들, 또 좋아하는 일을 하는 예술가와 운동선수, 희망 고문과 같은 노동으로 지쳐가는 인턴직, 게임·정보기술(IT) 업계 개발자 등 다양한 상황과 직업군의 사람들을 만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데 집중한다. 곳곳에서 저마다 역할을 하며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이들인데, 저자는 그 일의 속살을 파헤치며 ‘사랑하는 일’ ‘성취감과 즐거움을 주는 일’ ‘의미 있는 일’이라는 마법에서 우리를 깨어나게 한다.

책은 우선 ‘여자들의 일’을 탐구한다. ‘사랑의 노동’ 신화는 바로 노동과 사랑의 경계가 모호한, ‘전통적으로’ 여자들의 것으로 여겨지는 일들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성들이 해방됐고 페미니즘이 상식이 됐다고 하는 요즘에도 여전히 가정은 무보수 노동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저자가 만난 대부분의 가사·돌봄 노동자들은 가정에서 강화된 성 역할은 크게 바뀌지 않았으며, 가사·돌봄 노동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때 ‘나쁜 엄마’ ‘나쁜 여자’라는 비판을 받게 되는 것이 두렵다고 토로한다.

‘사랑의 노동’ 신화가 덧씌워진 대표적 직업으로는 교사가 있다. 저자의 조사는 미국 사회를 기준으로 하고 있으나, 교사들이 오랫동안 자신들이 하는 일을 직업 이상으로 대하라는 기대를 받아온 건 어느 사회나 비슷하다. 특히, 연일 교사들과 관련한 비극적인 소식이 들려오는 한국 사회에 여러 시사점을 주는데, 책은 모든 일을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임하라는 막연하고 강력한 요구가 결국 교사들을 시위 현장으로 내몬다고 꼬집는다. 저자는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교사들의 집회 구호가 “우리는 학생들을 사랑하니까 파업한다”였다면서 “사랑도 일의 일부로 보상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랑도 노동”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에서 우리가 노동을 다시 보는 눈을 장착할 수 있다는 것. 이런 측면에서, 우리는 비영리 단체의 일 역시 영리(돈)로서 그 가치를 인정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일을 사랑하는 것과 그 일이 지닌 부당한 노동 조건을 분리할 수 있는 능력. 이것이 21세기 노동자가 지녀야 할 자세다.

그렇다면 예술은 어떠한가. 또, 창의적이고 유연한 업무가 특징인 직장에서의 일은 어떠한가. 노동 전문 저널리스트로서 사회의 다양한 직업과 그 변화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 온 저자는 “창작 활동에 투입된 노력은 대부분 주목받지 못하고, 잊혀지고, 닦아내어진다”면서 “예술 창작 과정은 거의 연구된 적도 없고 ‘노동’으로 표현된 적도 없다”고 꼬집는다. ‘멋진 일’ ‘좋아서 하는 일’이라는 말이 내포한 무책임함과 위험함을 지적한 것. 물론, 최근에는 전반적으로 예술도 노동, 예술가 역시 직업인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으나, ‘타고 난’ 것으로 이뤄내는 일이라는 편견이 노력해서 얻은 진짜 능력을 경시하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돌봄, 가사, 교육직군에서 ‘사랑’을 강조하며 ‘여성의 일’이 늘어났다고 분석한 저자는, 반대로 예술가는 ‘남자의 일’이라는 선입관도 존재한다면서, 가정을 내버려두고 혼자 작업실에서 무언가를 시도하다 죽는 예술가의 모습에 젠더 편향성이 깃들어 있음도 지적한다.

나와 일의 관계를 직시할 때 이를 방해하는 오랜 통념이 어디서 유래했는지, 어떻게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책은 딱히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저자 역시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조언서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한 사람의 근로자로서, ‘속아서’ 일하지 않기 위해, ‘노동 신화’의 사기에 걸려들지 않는다는 명목하에, 개인의 일하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일을 미워하면서 삶의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이는 복잡한 문제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우리의 일 중 일부 혹은 상당히 많은 부분을 정말로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소명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말이다. 사랑은 쌍방향이어야 한다고, 또한 일 같은 것에 낭비되기에 사랑은 너무 크고, 아름답고, 위대하고, 인간적이라고 말하는 책은 시대의 일을 넓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는 측면에서 중요성을 띠지만, 그 전개방식이 다소 산만해 방점을 찍을 곳이 뚜렷하지 않다. 유일하게, 그리고 치명적으로 아쉬운 부분이다. 520쪽, 2만20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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