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규모 따라 현금으로 환급
반도체·배터리산업 투자 기대감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대규모 시설투자 시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이른바 ‘K-칩스법2’가 국회에서 발의되면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계가 반색하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글로벌 경기 침체로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반도체 업계와 막대한 초기 투자로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배터리 소부장 업체들이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법 통과 시 세액공제 사각지대에 있던 업체들도 혜택을 보면서 국내 투자 확대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김상훈(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31일 대표 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반도체·배터리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도 이익이 나지 않아 세액공제 혜택을 보지 못하는 기업에 투자 규모에 따른 세액공제분을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현금으로 환급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업계에서는 개정안이 기존 ‘K-칩스법’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있다는 점에서 ‘K-칩스법2’로 부르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올해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K-칩스법’은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 설비 투자 세액공제비율을 대기업·중견기업은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각각 확대한 게 핵심이다. 다만 세액공제 방식이 이익이 날 때만 가능한 ‘법인세 공제’뿐이어서 투자는 많이 했지만,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은 혜택을 받지 못해 업계 일각에서는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이 통과되면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업체들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업계는 일시 적자를 감수하며 대규모 투자에 나섰지만, 기존 ‘K-칩스법’으로는 세액공제를 못 받거나 혜택이 극히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글로벌 경기 침체로 최근 최악의 실적 부진에 빠진 반도체 업계와 초기 투자로 이익을 내지 못하는 배터리 소부장 업체들에 낭보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법안 통과 시 국내 투자가 보다 활성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해 대규모 초기투자 부담이 큰 미래성장 산업에 과감하게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번 개정안은 올해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은 상황에서 적잖은 투자 유인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