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우크라이나 동부 탄광에서 광부로 일하는 테티아나. CNN 유튜브 캡처

우크라 여성들, 전쟁터 나간 아빠·남편 대신 광부 등 극한직업으로
전시법으로 여성 역할 확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우크라이나 여성들이 전장에 나간 가족을 대신해 직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 CNN 방송이 우크라이나 여성들이 성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광산이나 대장간 등에서 활약하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테티아나(38·가명)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지하 광산에서 작업하는 45명이 넘는 여성 중 한 명이다. 집안에 대대로 석탄 광부가 많았는데 아버지와 할아버지, 삼촌들도 광산에서 일했다.

테티아나 씨는 이전에는 지상에서 광산 내 메탄가스 농도를 점검하는 일을 했지만, 지금은 수 km 땅 속에서 채굴 작업을 하고 있다. 전쟁으로 광부들이 군대에 징집된 뒤 광산회사는 지하에서 일할 여성 노동자들을 구했고 이에 자원한 것이다.

우크라이나에서 여성들의 지하 광산 작업은 과거에는 법적으로 금지된 일 중 하나였다. 그러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의 침공과 관련해 전시법을 선포하면서 이 같은 제한이 풀렸다.

테티아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 일을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 아니고 나는 이 일을 좋아한다”면서 전쟁이 끝나더라도 지하 광산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고 했다. 그의 급여는 과거에 비해 크게 올랐다.

이미지 크게보기 대장장이로 일하는 코베츠의 모습. CNN 유튜브 캡처

우크라이나 북부의 한 도시에 사는 마리아 코베츠 씨는 대장간에서 열기를 참아가며 금속 제품을 만든다.

남편이 우크라이나군에 징집돼 전선에 투입되자 남편이 운영하던 대장간을 맡게 된 것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리벳공 로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CNN은 코베츠(30)에 대해 “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의 선전 포스터 ‘리벳공 로지’(Rosie the Riveter)가 거의 거울에 비친 모습”이라고 평했다.

리벳공 로지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방위산업체에 종사한 블루칼라 여성을 상징하는 용어로 당시 같은 제목의 노래와 선전영화가 만들어졌다. 전쟁 시기 미국에서 여성 노동자의 역할 확대를 보여준다.

코베츠는 “대장간에서 자주 운다”며 “남편은 우리를 지켜주고 있고 어쩔 수 없이 우리와 떨어져 있다. 이 일은 매우 위험하지만 내가 (곤경을) 견디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에서 한 우크라이나 여군이 전장에 나가기 전 막사에서 총을 집어들고 있다. AP 뉴시스

테티아나와 코베츠 뿐 아니라 이미 많은 우크라이나 여성이 다양한 방식으로 국가에 기여한다고 CNN은 전했다.

실제 우크라이나 여성 6만명이 군대에서 활동하고 있고 이들 중 5000명은 전투부대에 소속돼 있다. CNN은 “젠더 규범을 깨는 것은 도전적이지만 이 여성들이 더 큰 평등을 위한 길을 닦고 있다”고 전했다.

박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