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개월만에 몬테네그로서 검거

지문으로 신원 확인… 현지 구금
가상화폐 50조 투자 손실 혐의
檢 요구에도 국내송환은 불투명

美 등 타국가도 인도 요청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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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0조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가상화폐 투자 피해를 일으키고 도주한 권도형(32·사진) 테라폼랩스 대표가 11개월 만에 동유럽 국가 몬테네그로 현지에서 검거됐다. 경찰은 지문 대조 등을 통해 권 대표의 신원을 확인했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은 해당 국가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요청하고, 현지에 수사 인력을 급파해 권 씨를 국내로 송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다만, 권 씨가 미국에서 8개 혐의로 기소되는 등 여러 나라에서 범죄 혐의를 받고 있어 국내 송환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24일 경찰청에 따르면, 권 씨는 전날 오전 9시(현지시간) 그간 도피처로 알려져 온 세르비아의 인접국인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현지 당국에 그의 손가락 지문 10개를 전달해 이날 오전 권 씨의 신원을 확인했다.

권 씨의 최측근인 한창준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도 함께 검거됐다. 이들은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공항에서 코스타리카 위조 여권으로 출국을 시도하던 중 적발돼 현지에서 구금돼 있는 상태다.

검찰은 지난해 9월 권 씨에 대해 인터폴에 적색 수배를 요청하고 같은 해 11월엔 여권 무효 조치를 했다. 권 씨는 테라와 루나가 함께 폭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알고도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발행하는 등 허위 정보를 제공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을 받는다. 그는 가상화폐 폭락 사태가 본격화되자 지난해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와 세르비아에서 도주 생활을 이어갔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부장 단성한)과 법무부는 몬테네그로 정부 측에 권 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를 요청할 방침이다. 몬테네그로가 유럽연합(EU) 범죄인 인도조약에 가입해 이 같은 절차 진행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권 씨 신병을 검찰이 곧장 확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미국 뉴욕 검찰은 권 씨를 증권사기, 인터넷뱅킹을 이용한 금융사기와 시세조작 등 총 8개 혐의로 기소했다.

권 씨의 사기 피해가 여러 국가에 걸쳐 벌어진 만큼 다른 나라에서도 권 씨 송환을 요구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여러 국가가 송환을 요구하게 되면 몬테네그로 정부에서 어디로 송환할지 최종 판단을 하게 된다”고 했다. 권 씨가 추가 도주를 시도하다가 검거된 만큼, 범죄인 인도를 거부하기 위해 현지 소송 등 법적 다툼을 진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규태·조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