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코리아 판타지’ 연작 중 하나. 나마갤러리 제공

전준엽展… 신작 55점 선봬
“韓의 다이너미즘 미감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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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미감의 현대화를 평생의 화업(畵業)으로 추구해왔다.” 전준엽(70·사진) 작가의 말을 그의 개인전에서 오롯이 확인할 수 있다.

서울 종로구 나마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는 ‘전준엽 류’의 신작 55점을 선보인다.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화법을 아우르며 수없이 새로운 시도를 한 끝에 도달한 풍경들이다. 해외 수집가들이 선호하는 작가답게 산뜻한 색감의 작품들은 갖가지 이야기를 담았는가 하면 여백을 통해 사색을 이끌기도 한다.

전시장 1층은 ‘코리아 판타지’ 연작들이 자리했다. 매화나무 뒤로 흐르는 강에서 사공이 나룻배를 저어가고, 멀찌감치 보이는 원두막에서 남녀가 판소리를 한다. 다른 그림에선 말을 탄 여인이 하인과 함께 해변을 지나가는데, 바닷물이 부딪치는 기암에 꽃이 피어나 있고 그 위로 오로라가 빛을 뿜는 우주 공간을 새와 풀벌레들이 날아다닌다. 바위에 노승이 한가로이 잠들어 있는데, 그 위에 펼쳐진 오로라의 하늘을 붉은 고래가 유영하는 그림도 있다.

작가는 “한국의 다이너미즘 미감을 회화 형식으로 담아내기 위해 두 가지 점에 힘썼다”고 했다. 하나는 정원·정자·강물 등 전통 산수화 구성 요소를 현대화한 것이고, 또 하나는 동서고금의 소재를 혼재해 환상적 풍경을 만들어낸 것이다. 조선 화가 심사정의 ‘선유도’와 영국 윌리엄 터너의 바다 풍경화를 결합한 것은 후자다. 작가는 이것이 자화상이라고 했다. 폭풍우 치는 밤바다에서 나룻배에 탄 선유도 선비의 심정으로 평생 화업의 벌판을 헤매며 새로운 소재와 기법을 찾았다는 것이다.

2층 전시장은 작가의 브랜드로 돼 있는 ‘고래사냥’ 연작이다. 반구대 암각화에 등장할 정도로 우리와 인연이 깊은 고래를 통해 세상의 모든 관계가 씨줄과 날줄로 이어져 있음을 은유하며 밝은 세상에 대한 소망을 전한다. 밤하늘을 유영하는 커다란 고래 입에서 꽃들이 쏟아져나오고 그 앞을 한 남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그림을 보면, 그 착상의 발랄함에 웃음을 짓게 된다.

갤러리 측은 “관객들이 젊은 작가의 작품이냐고 물어오곤 한다”며 “작가가 늘 변화를 추구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전시는 4월 11일까지.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