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크레디트스위스 주가 폭락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객장에 설치된 모니터에 크레디트스위스 주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크레디트스위스 주가는 1.75달러까지 폭락했다가 전날보다 13.94% 떨어진 2.16달러에 마감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뉴욕증시와 스위스증시 등에 상장돼 있다. EPA 연합뉴스

■ 스위스 금융당국 ‘긴급진화’ 나서

CS, 투자손실 알려지며‘위기설’
작년 4분기 1000억달러 자금유출
부도위험지표는 JP의 10배수준

반등했던 미국 은행주도 다시 폭락
루비니 “CS 붕괴땐 전세계 재앙”
스위스 당국 “유동성 제공할 것”

이미지 크게보기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무너지며 미국에서 시작된 공포가 대서양을 건너 15일(현지시간) 유럽으로 확산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스위스의 세계적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가 위기의 진앙으로 지목됐다.

특히 미국의 불안이 유럽을 뒤흔들고 이 과정에서 증폭된 불안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는 ‘공포의 부메랑’ 게임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이날 스위스 금융당국은 “필요할 경우 CS에 유동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의 불안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스위스 국립은행과 금융감독청은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미국의 혼란이 스위스 금융권으로 번질 위험 징후는 없다”며 “필요하다면 CS에 추가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SVB 파산 이후 점증한 시스템 리스크가 유럽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조기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특히 두 기관은 “현재 CS가 자본·유동성 요구 사항을 충족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SVB의 파산 사태로 불거진 시장 불안 심리가 특히 CS를 강타한 모습이다. CS는 지난해부터 투자 실패에 따른 손실 규모가 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위기설에 휩싸여 있었다. CS는 5개 분기 연속 손실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4분기에만 1000억 달러 이상의 자금 유출을 겪은 바 있다. CS의 주가는 이날 24.24% 하락했다. CS의 5년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983.66으로 올랐다. JP모건체이스(98.17)의 10배 수준이다. CDS 프리미엄이 높을수록 부도 위험이 크다.

유럽 다른 국가들의 은행주도 폭락했다. CS가 붕괴할 경우 연쇄 도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특히 프랑스의 소시에테제네랄과 BNP파리바가 각각 12.18%와 6.63% 폭락한 가운데 독일의 도이치뱅크도 9.25% 급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CS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며 미국을 중심으로 한 은행 위기가 대서양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CS가 무너질 경우 그 파장은 메가톤급이 될 전망이다. 특히 CS는 지난해 국제결제은행(BIS)이 뽑은 40대 ‘글로벌 시스템에 중요한 은행(GSIB)’에 속해있다. GSIB는 문제가 생길 경우 글로벌 시스템 리스크를 키워 금융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 은행을 말한다. 지난해 4분기 기준 CS의 자산규모는 5313억5800만 스위스프랑(약 5700억 달러·약 750조1000억 원)으로 SVB의 두 배에 달한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CS가 무너진다면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의 공포는 미국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 전날 안정세로 돌아섰던 미국 지역 은행주들은 다시 폭락했다. ‘제2의 SVB’ 우려가 불거졌던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21.4% 급락한 가운데 팩웨스트 뱅코프는 12.9% 내렸다. JP모건체이스는 4.72% 주저앉았고, 씨티그룹도 5.44% 하락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