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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손 놓고 남한만 무장해제한 불평등 군사합의… 문 정부 ‘안보 자해’

  • 입력 2023-01-12 09:32
  • 수정 2023-01-1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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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준의 Deep Read - 9·19남북군사합의 다시보기

북 통일전선전술에 휘말려 남측 희망사항 반영 안 된 편파 합의… 북한 도발만 키운 안보 적폐
비엔나협약 따라 남에 ‘합의 폐기’ 권리… 문 정부가 자해적 합의에 동의한 이유·과정도 규명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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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년간 거센 논란의 대상이었던 ‘9·19 남북군사합의’가 4년 4개월 만에 비로소 진실의 심판대에 올랐다. 북한 무인기의 서울 상공 침투를 계기로 윤석열 정부가 남북군사합의의 효력 정지 검토에 돌입하면서다.

◇원천적 불평등성

남북군사합의는 문재인 정부의 ‘최대 안보 성과’라는 홍보와 달리 상당수 전문가 사이에서는 문 정부의 비정상적인 외교·안보정책을 상징하는 대표적 안보 적폐라는 비판이 있었다. ‘사드 3불’ 약속이 대중국 굴종 외교의 표상이라면, 남북군사합의는 친북 유화정책을 대표한다. 북한의 통일전선 전술에 휘말린 문 정부가 북한 핵에 대해서는 말 한마디 못한 채 한국군만 일방적으로 무장해제 하는 굴욕적 합의의 대못을 박았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

2018년 9월 19일 서명된 남북군사합의서는 그해 ‘4·27 남북 판문점선언’의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부속합의서 형식을 띠고 있어, 두 개의 남북 합의는 불가분의 일체를 구성하고 있다.

판문점선언 중 군사안보 문제를 규정한 2조와 3조를 통틀어 2조 1항에 북한 측 요구 사항인 ‘확성기방송과 전단살포 중지’가 명시적으로 규정됐을 뿐, 다른 사항들은 ‘일체의 적대적 행위 전면 중단, 군사당국자 회담 개최, 서해 평화수역 설정 추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추진, 한반도 비핵화의 공동목표 재확인’ 등 원론적 문구들로 채워져 있었다.

즉, 판문점선언의 군사 분야 합의를 구체화하기 위해 9·19 남북군사합의가 진행됐던 것이다. 하지만 그 역시 북한 측 의중이 교묘하게 반영된 편파적 합의였다. 판문점선언과 마찬가지로 군사분계선 인근에서의 군사훈련 중지,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 남측이 비교우위를 점하는 분야에 대한 북측 요구사항은 확정적으로 규정된 반면, 한국 측 희망 사항들은 애매하게 기술되거나 추후 남북군사공동위원회에서 협의하도록 미뤄졌다. 한국에 가장 중요한 의제였던 북한 핵무장과 미사일 도발 문제는 아예 한마디도 포함되지 않았다.

◇北은 파기, 南은 나홀로 이행

이처럼 일방적으로 북측에 유리한 불평등 합의였음에도 불구, 북한은 그나마도 이행을 거부했다. 남북군사합의 이행을 협의하기 위한 남북군사공동위는 북한의 거부로 2018년 단 1회 개최됐을 뿐이고, 군사 직통라인은 북측에 의해 차단됐었다. 비무장지대 GP 제거도 북한군의 불응으로 이행 중단 상태이고, 유해 공동 발굴을 위한 지뢰 제거는 한국군만 단독으로 시행해 북한군의 전시 침입로를 조성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북한의 합의 불이행은 그리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지난 수십 년간 ‘남북 비핵화 공동선언’(1991), ‘남북 기본합의서’(1992), ‘미·북 제네바 합의’(1994), ‘6자회담 핵 합의’(2005) 등 국제사회와 북한 간 합의는 거의 예외 없이 북한의 합의 불이행으로 폐기되는 운명을 겪었다. 그러니 북한의 남북군사합의 불이행은 놀라운 일도, 예상 못 한 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판문점선언과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확성기방송과 전단살포 중지, 군사분계선 인접 지역 공중정찰과 군사훈련 중지 등을 홀로 충실히 이행했고, 합의되지도 않은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까지 덤으로 시행했다.

그와는 반대로 북한은 한국 정부의 인내심을 시험이라도 하려는 듯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적대적 대남 비방과 협박, 해양수산부 공무원 살해, 선제 핵 사용 법제화, 금지구역에 대한 미사일 발사와 포 사격, 무인정찰기 서울 침투 등 노골적 합의 위반을 확대해 갔다. 지난해 말 기준 북한의 남북군사합의 위반 사례는 17건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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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폐기의 당위성

국제사회에서 쌍무적 합의에 위반이 발생하면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협약’(1969) 제60조 1항 규정이 원용된다. 이 조항을 쉽게 풀면 ‘양자 조약의 당사자가 조약을 위반할 경우 상대국에 조약 폐기 또는 이행 중단의 권리가 부여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미국은 2019년 러시아의 조약 위반을 이유로 양국 간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폐기한 바 있다. 북한의 남북군사합의 위반도 이런 사례의 전형적 유형이다.

남북관계기본법 제23조와 시행령에 따르면 남북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있거나 국가안보 등을 위해 필요할 경우 대통령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남북합의서 효력을 전부 또는 일부 정지시킬 수 있다. ‘효력 정지’만 가능하고 ‘폐기’ 규정은 없으나, 1970년대 이래 채택된 160여 건의 남북합의서가 대부분 이행도 폐기도 아닌 사문화 상태임을 감안할 때 실질적 차이는 없어 보인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대량으로 핵을 보유하게 된 이후에도 ‘남북 비핵화 공동선언’을 홀로 유지하고 있는데, 이제 그건 북한의 비핵화와 무관한 한국만의 족쇄가 됐다. 그것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규범적 정당성’의 상징이라는 주장은 공허한 궤변일 뿐이다.

남북군사합의 문제의 핵심은 북한이 이미 용도 폐기한 합의를 한국이 비핵화 공동선언처럼 홀로 준수할 것인지의 문제다. 특히 휴전선 인근의 공중정찰, 군사훈련, 확성기방송, 전단살포 등 대북 우위가 현저한 유용한 견제수단을 스스로 포기하고 홀로 금지조치를 유지할 것인지의 문제다.

◇9·19 합의 청산돼야

국제사회에서 국가 간 합의가 이행되는 건 양국 간 ‘손실의 균형’ 원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쌍무적 합의의 한 당사국이 합의 이행을 거부할 경우 불이행에 따른 책임이 발생하고 상대국도 합의 파기의 권리를 갖게 돼 결국 더 큰 손실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익과 손실의 균형 속에서 쌍방의 합의 이행이 이뤄진다. 만일 합의를 위반해도 아무 손실이나 처벌이 없다면 그런 합의는 정상적으로 이행될 수 없을 것이다.

남북관계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합의 위반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이를 홀로 준수함으로써 ‘손실의 균형’ 원칙을 스스로 파괴한다면, 이는 필연적으로 북한의 합의 위반을 더욱 고무하고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남북군사합의가 폐기되면 북한의 대남 군사적 적대행위가 더 고조되리라는 신중론도 있지만, 이는 북한이 현재 남북군사합의에 얽매여 대남 군사도발을 자제하고 있다는 그릇된 가정의 산물일 뿐이다. 나약한 유화정책이 심각한 평화 파괴를 자초한 사례는 제2차 세계대전을 비롯해 세계 역사에 수없이 많다.

국가안보와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남북군사합의라는 적폐는 신속히 청산돼야 한다. 당시 문 정부가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자해적 합의문에 동의했는지도 규명이 필요하다. 윤 정부의 현명하고 용기 있는 선택을 국민은 고대하고 있다.

전 외교부 북핵대사

■ 용어 설명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은 국가 간 조약을 맺을 때 기준이 되는 협약. 조약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체결·작동·소멸하는지 등을 규정한 것으로, 1969년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채택됨.

‘9·19 남북군사합의’란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이 군사적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한 5개 분야의 합의. 북측 입장만 대폭 반영돼 원천적으로 불평등하다는 비판이 나옴.

■ 세줄 요약

원천적 불평등성 : 9·19 남북군사합의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 통일전선 전술에 휘말린 편파적·자해적 합의. 북측 요구는 확정적으로 규정됐지만 한국의 희망사항은 반영되지 않음. 문 정부의 대표적 안보 적폐.

北의 파기, 南 나홀로 이행 : 북한에 유리한 합의였지만 북은 그나마 이행을 거부했고 한국만 나홀로 합의 이행. 조약 당사국이 조약을 위반하면 비엔나 협약에 따라 상대국에 조약 폐기나 이행 중단 권리가 부여됨.

9·19 합의 청산돼야 : 북이 깬 합의를 우리만 준수한다면 ‘손실의 균형’ 원칙을 스스로 파괴함으로써 북 도발을 고무시킬 것. 9·19 합의는 청산돼야 하고, 문 정부가 왜 자해적 합의문에 동의했는지도 규명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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