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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선거구제, 잘 쓰면 양극화 해소 ‘藥’…잘못 쓰면 지역주의 심화 ‘毒’

  • 입력 2023-01-10 09:10
  • 수정 2023-01-11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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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우의 Deep Read - 선거구제 논란 파장

유권자의 진영논리와 전략투표 성향 잘 제어돼야 선거구제 개편이 국가 미래에 기여 
정치개혁의 본질은 ‘유의미한 다양성의 공존’ 만들기…섣부른 개혁은 오히려 개악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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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중대선거구제도 개편 발언이 정치권에 파장을 낳고 있다. 과연 중대선거구제가 정치 양극화를 해소하고 국민의 대표성을 높일 것인가.

이론적으로는 그럴 수 있다. 특히 합리적 사고로 국가의 미래를 내다보며 진심투표를 하는 사회에서는 그렇다. 하지만 진영논리와 소지역주의를 바탕으로 전략투표를 하는 한국에서는 정치 양극화를 강화하고 국민 대표성은 반영하지 못하는 제도가 될 수도 있다.

◇진심투표와 전략투표

바람직한 선거제도를 평가하는 기준은 두 가지다. 하나는 유권자가 ‘진심투표’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제도인가, 둘은 유권자의 정당 지지율과 국회의원 의석 비율이 일치하는 제도인가. 이러한 기준에서 보면 현행 소선거구제는 진심투표가 아닌 ‘전략투표’를 유도하는 측면이 있다. 또 여당과 제1야당 등 거대 양당의 ‘의석이득률’이 항상 1보다 크다는 점에서 내생적 문제가 있다.

그럼 중대선거구제는 대안일까.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장단점과 평가는 ①제도 ②선거공학 ③권력체제의 조응 등 관점에서 총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첫째, 제도적 관점에서 선거제도는 한 선거구에서 몇 명의 대표를 뽑을 것인지와 어떠한 방식으로 대표를 선출할 것인지 등 방식의 조합으로 이뤄진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는 선거구당 최다득표자 1명의 당선자를 뽑는 소선거구제와 정당비례대표제의 혼합방식이다.

윤 대통령은 선거구당 2∼4명의 대표를 선출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후보 선출 방식은 최다득표순으로 당선자를 결정하는 단순다수결제를 염두에 두는 것 같다. 이 경우라도 각 정당이 몇 명까지 복수 공천할 수 있는지, 유권자가 한 표를 행사하는지 혹은 복수의 표를 행사하는지를 결정해야 한다.

어떤 방식을 택하는지에 따라 유권자들이 진심투표로 가느냐 전략투표를 택하느냐가 갈린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선거제도 개편에 딱 들어맞는다. 지난 총선에서 ‘준연동식 비례대표제’가 왜곡됐던 것을 상기할 때 중대선거구제라는 대원칙 이외에 세부적인 내용을 어떻게 정하는지에 따라 애초 의도와 달리 예측지 못한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이 있다.

만일 다수의 선거구에서 2명의 당선자를 뽑는다면 현행 소선거구제와 마찬가지로 거대 양당이 거의 모든 의석을 차지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제도 변경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제9대부터 12대 총선까지 2명 선출의 중선거구제를 시행했을 때 거대 양당이 80% 이상의 의석을 차지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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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소지역주의

정치적 다양성 확보를 위해서는 최소한 3명 이상의 당선자를 뽑는 선거구제를 택해야 한다. 그런데 이 경우 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하곤 지리적으로 선거구의 크기가 너무 커져 한 선거구 내에서 지역별 이질성이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소지역주의의 폐해 역시 극심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중대선거구제가 새로운 당내 갈등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선거 결과를 놓고 계파 간 복잡한 책임 공방이 벌어지거나 한 지역구에서 복수 공천을 받은 같은 당 후보끼리 헐뜯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 결과 선거 후유증이 소선거구제일 때보다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

둘째, 선거공학적 측면에서 중대선거구는 수도권에서 현재의 여당 열세를 만회할 가능성을 키운다. 지난 21대 총선 결과 수도권에서 민주당이 103석을 얻은 데 비해 국민의힘은 겨우 16석을 얻는 데 그쳤다. 현행 수도권의 선거구 수는 121개다. 만일 이들이 4인 선거구로 묶인다 해도 30개의 선거구가 되고 여당 조직과 현 지지도를 감안하면 선거구마다 최소 1∼2명씩의 당선자를 낼 수 있을 것이고 수도권에서 30∼60명의 당선자 배출을 기대하게 해준다.

지역주의가 강한 영남과 호남에서는 지역 기반의 신생 정당 창당과 의석 확보 가능성이 점쳐진다. 영남에서는 비윤(비윤석열)계 보수정당이 나타나고, 호남에서도 비민주당 성향의 지역당이 창당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대선거구제로의 개편 목적이 정당체제를 다당제로 바꾸는 데 있다면, 최소한 형식적으로는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지역주의 완화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지역 기반의 정당들은 철저하게 지역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려 하기 때문에 오히려 지역주의 문제를 키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양성의 공존을 위해

셋째, 권력체제와의 조응성 문제. 중대선거구제에서는 다수의 군소정당 출현이 쉬워지기 때문에 여당이나 제1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할 가능성은 낮아진다. 이 경우 여당이 중소정당들과 범(汎)여권을 구성할 수도 있고 제1야당이 범야권을 결성할 수도 있다.

만일 선거구제 개편의 목적 중 하나가 국민의 대표성을 높이는 것이라면 단순히 사표를 줄이는 수준이 아니라 더 많은 정치적 대안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치적 대안은 다양한 사회적 소수집단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당들이 ‘유의미한’ 의석을 보유해 국회에 진출하도록 만드는 것을 뜻한다. 현대사회는 탈물질주의를 비롯한 다양한 가치가 공존한다. 따라서 기존의 거대 정당이 아니라 새로 등장하는 사회 갈등을 대변하는 다수 정당 출현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볼 때 한국 정치의 특징상 ‘유의미한 다양성의 공존’이라는 이상을 실현하는 선거제도 개편은 지역구 제도를 바꾸는 것보다 비례대표 의석을 과감히 늘리는 것을 통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여러 제도를 지혜롭게 혼합하는 방식도 검토할 만하다. 현행 혼합식 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는 모두 24개국인데 지역구 의석 대비 비례 의석 비율은 한국이 5.38 대 1로 가장 낮다. 국제사회의 평균비율은 2 대 1이다. 이를 한국에 적용하면 지역구 200석, 비례 100석으로 배정돼야 한다. 이는 지역구 기득권을 수호하려는 현역 의원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선거제도 개편안이 만들어졌다고 해도 이를 내년 22대 총선에 적용하도록 국회에서 통과시킬 가능성은 있을까. 현 선거제도의 가장 큰 수혜자인 현역 의원들에게 선거구제 개편은 공천과 당선 가능성에 가장 큰 위협이다. 의원들이 찬성할 유인력이 별로 없다.

◇개혁의 과제

한국 정치 문화에 비춰볼 때 중대선거구제가 국민 대표성을 높이거나 한국 정치의 양극화를 해소하는 보장책이 되긴 어렵다. 개혁이란 기존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어야 하고 동시에 개혁에 따라 발생하는 새로운 문제를 최소화하는 것이어야 한다. 섣부른 개혁은 오히려 개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

서강대 정외과 교수·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 용어설명

‘의석이득률’은 한 정당이 지역구에서 얻은 득표율을 분모로 국회 의석 비율을 분자로 하는 비율. 1보다 크면 의석 전환에서 이득을 본 것이고, 1보다 작으면 손해. 값이 1일 때 공정한 것이 됨.

‘진심투표’는 유권자가 자신이 선호하는 대로 가장 좋아하는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 ‘전략투표’는 유권자가 선호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없을 경우 사표 방지를 위해 차선의 후보를 택하는 것.


■ 세줄 요약

진심투표와 전략투표 : 소선거구제는 진심투표 아닌 전략투표를 유도하고 거대 양당의 ‘의석이득률’을 높이므로 개선돼야. 선거제도 평가는 제도·선거공학·권력체제의 조응 등 관점에서 총체적으로 이뤄져야.

극단적 소지역주의 : 제도적 관점에서 중대선거구제는 진심투표를 보장하지 않으며, 선거구 내 지역별 이질성을 증가시킴. 또 지역을 기반으로 한 군소정당은 지역주의 문제를 더 키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

다양성의 공존을 위해 : 선거구제 개편으로 ‘유의미한 다양성의 공존’을 실현시키려면 비례대표 의석을 과감히 늘리는 방안도 검토돼야. 섣부른 개혁은 오히려 개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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