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정부는 자유무역협정(FTA) 등 시장개방에 대한 낙농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유가공 제품의 국내산 원유 소비 활성화나 해외시장 진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축사에서 젖소들이 사료를 먹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 FTA 면역력, 농촌 경쟁력 되다 - (8) 2026년 완전개방 앞두고 선진화 박차 <끝>

2016년부터 매년 100억 투입
원유구입 · 시장개척비 등 지원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추진
저렴한 유제품 생산 · 소비 유도

한류 타고 유제품 수출도 모색
중국 넘어 베트남 · 인도 판로 확대


지난달 농림축산식품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낙농진흥회 이사회가 9월부터 약 50일간 논의한 낙농제도 개편의 세부 실행방안과 원유(源乳)가격 조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원유의 가격 결정 구조를 변경하는 문제를 두고 정부와 낙농단체 간의 오랜 줄다리기가 끝을 맺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21일 “그동안 (용도별 가격차등제 도입) 논의 과정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낙농산업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이제부터는 모두가 우리나라 낙농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하며, 정부도 낙농산업 발전 대책을 마련해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유의 가격 결정 구조를 바꾸기 위한 작업이 쉽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 한마디에 담겨 있었다. 정부는 물론 업계·전문가들도 국내 낙농산업이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2026년 유제품 시장 완전 개방을 앞두고 경쟁력을 갖출 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 보조금에만 의존한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국내 낙농산업이 유지되고, 수입산 유제품 등에 대항할 시장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국내산 원유의 소비를 늘리는 일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개방 위기 속, 정책 지원으로 선방 = 낙농산업은 농식품 분야 시장개방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FTA를 체결한 국가 중 유제품 등 낙농산업 관련 생산물들은 주로 선진국에서 수입되고 있다. 이들은 1차 생산물뿐만 아니라 버터·치즈 등 가공품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FTA 발효 10년을 맞이한 한·유럽연합(EU) FTA는 우리 낙농가에 치명적이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실제로 한·EU FTA 이행 10년 차 유제품 수입량은 관세율 인하 및 의무할당관세(TRQ) 확대 등으로 발효 전 평년 대비 393.0%나 증가했고, 발효 후엔 연평균 9.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U산 주요 유제품 중 치즈 및 조제분유는 TRQ 증량이나 협정관세율 장기 철폐, 탈·전지분유는 관세율(176%) 인하 없이 TRQ만 연차별로 늘어났다. EU산 조제분유의 경우, 수입량이 TRQ 증량, 관세율 인하 등으로 발효 전보다 3070.3%(평년 기준) 크게 증가했다. 치즈 역시 국내 총공급량 중 EU산 수입 비율이 FTA 발효 전보다 19%포인트 증가한 26%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수입산 낙농제품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국내산 원유소비 활성화를 위해 정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일례로 ‘원유소비 활성화 사업’은 FTA 등 시장개방에 따른 국내 원유 수급 안정에 기여한다. 국산 유가공산업의 육성 기반 마련을 위해 유가공업자를 대상으로 치즈 등 국산 가공유제품 생산을 위한 국내산 원유 구입비, 유통판매, 시장개척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2016년부터 시작된 이 사업에는 매년 1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또 융자 지원에 고정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최근 시장 금리가 상승 중인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저리의 고정 금리 지원은 수혜 대상자들에게도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생산기반뿐만 아니라 소비 확대에도 정책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농식품부는 국내 유업체의 해외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 유업체의 유제품 해외공동마케팅, 판촉 지원 등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한류 확산에 힘입어 한국 소비재에 호감을 갖고 있는 해외시장에 국내산 유제품의 수출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국산 유제품의 우수성을 토대로 기존 중국 시장뿐만 아니라 베트남, 인도 등 아시아 여러 국가와 미국까지 진출해 새로운 시장 개척, 판로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학교 우유 급식지원 사업을 통해 저소득층 학생의 영양 불균형을 해소하고, 청소년기의 우유 음용 습관 형성에 주력하고 있다. 학교 우유 급식 확대를 위해 초·중·고교생 및 교직원이 참여하는 우유 소비 확대 경연대회, 우유 급식 우수학교 선정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차등가격제, 낙농계 경쟁력 갖출 기회 = 국내산 유가공 제품의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이 같은 지원이 지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치즈 등 수입산 유가공 제품의 낮은 가격을 국내산이 극복하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원유소비 활성화 사업이 유가공산업 육성 기반 마련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는 해도 지원 금액이 수혜 업체 원유 구입 비용의 1~4% 수준에 불과하다. 지원 규모 증액을 통해 남은 원유의 활용성을 높이고, 국내산 가공 유제품 점유율 확대를 꾀할 수는 있지만 한계가 있다. 유가공시장이 완전 개방되고, 수입제품들 사이에서 국내산 유제품 소비가 안정성을 갖지 못한다면 국내 낙농산업 자체의 붕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농식품부가 낙농제도 개편을 통해 원유의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하고자 하는 계획도 국내 낙농산업의 기반을 확고히 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된다. 용도별 차등가격제란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구분하고, 음용유 가격은 현재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되 가공원료로 사용하는 가공유 가격은 더 낮게 책정하는 제도다.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도입되면 치즈·버터 등을 생산하는 유가공업체는 가공유를 음용유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국내 원유 가격은 낙농가의 생산비에 연동해 음용유 단일가격으로 결정되는 ‘생산비 연동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가공업체가 유가공품에 사용하는 원료를 보다 저렴한 수입산에 의존하게 되고, 이는 결국 국내 원유 수요 감소로 이어져 낙농가의 경쟁력이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게 정부의 판단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음용유 소비는 2001년 36.5㎏에서 지난해 32㎏으로 감소한 반면, 수입산 원료를 사용하는 유가공품을 포함한 전체 유제품 소비는 2001년 63.9㎏에서 지난해 86.1㎏으로 늘었다. 국산 원유 자급률의 경우 2001년 77.3%에서 지난해 45.7%까지 떨어졌다. 결국 가공용 원유를 싸게 공급해 국내 유가공제품이 가격 경쟁력을 갖춘다면 수요가 늘어나며 원유 생산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시장개방 등에 맞서 국내 낙농산업이 더욱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차등가격제로 우유값 인상?… 장기적으론 시장가격 안정

유제품값 일시적 인상 있지만
국산품 경쟁력 높여 시장 유지

“앞으로 우유 가격은 얼마나 오를까?”

정부와 낙농진흥회가 원유(源乳)의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내년부터 도입하는 등 유가공식품에 들어가는 원유 가격 결정구조 개선에 들어가며, 소비자들 사이에선 소매가격 인상 폭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다. 하지만 이번 구조 개선을 통해 국내 낙농산업이 토대를 확립할 경우 수입제품에 국내 가격결정권을 넘겨주는 최악의 사태는 피하고, 낙농산업이 시장개방 등에 대한 내성을 키울 수 있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1월 낙농진흥회는 이사회를 통해 원유가격을 ℓ당 947원에서 999원으로 인상했다. 대신 내년부터 시행될 원유의 용도별 차등가격제의 경우 음용유(마시는 우유)와 가공유로 나뉘어 다르게 적용된다. 이 경우 음용유의 경우 ℓ당 996원으로 49원 오른 수준이 된다. 가공유의 경우 ℓ당 800원으로 음용유에 비해 더 낮은 가격이 적용된다.

농식품부는 내년에는 농가의 생산비와 시장 상황을 함께 반영해 음용유용 원유 가격을 결정하도록 할 방침이다. 지금까지 생산비가 오르면 원유 가격은 생산비 상승 폭의 90∼110% 범위에서 인상했지만, 앞으로는 원유 과잉생산이 심각한 경우에는 생산비가 상승하더라도 원유 기본가격을 인하할 수 있도록 했다. 가공유 가격은 국제경쟁가격과 유업체 지불액이 ℓ당 150원 이상 차이가 날 경우 가격을 인하할 수 있게 했다.

이 같은 원유 가격 결정구조의 변경이 소매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실제로 지난달 서울우유협동조합(서울우유)과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은 원유 가격 인상을 이유로 음용유의 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또 아이스크림 업체들도 내년 1월 1일부터 주요 품목에 대한 가격 인상을 단행할 계획이다. 일부 카페의 경우 우유가 포함되는 제품의 가격을 인상했다.

하지만 이 같은 유제품과 유가공제품의 가격 인상은 일시적일 것이란 게 정부의 설명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가격이 소폭 인상될 수는 있지만 국내 낙농업계가 유지되고 외국산 제품에 대해 국산 제품이 경쟁력을 가져 시장이 유지되는 것 자체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외국산 제품의 가격 인상 등에 놀아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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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