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융합연·서울대 연구팀 성과
現플라스마 운전방식 단점 개선
초고온서도 흔들림 없이 안정적

‘파이어 모드’ 라고 이름 붙여
세계적 권위 ‘네이처’誌 게재

이미지 크게보기 한국형 핵융합연구로 KSTAR의 진공 용기 모습과 용기 내부에 만들어지는 FIRE 모드의 플라스마 단면을 나타낸 그림이다. 플라스마 중심 부분의 온도는 1억7000만 도에 달한다. 오른쪽 사진은 FIRE 모드와 H-모드의 온도 및 불안정성의 차이를 보여주는 그래픽이다. H-모드는 플라스마 경계면에서 불안정성(ELM)이 발생해 플라스마 제어가 어려워진다. 과기정통부 제공

우리나라 연구진이 미래의 에너지원인 ‘인공 태양’, 핵융합로의 성능을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플라스마 운전 방식을 발견했다. 기존 방식보다 더 높은 초고온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파이어(FIRE) 모드’ 신기술은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앞으로 인류 최대의 과학 프로젝트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와 핵융합 실증로 운전 기술 개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8일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핵융합연)과 서울대 공동 연구팀이 한국형 핵융합연구로(KSTAR)에서 새로운 핵융합 플라스마 운전방식 ‘파이어’(FIRE·Fast Ion Regulated Enhancement)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KSTAR는 1995~2007년 12년간 국내 기술로 개발된 초전도 핵융합연구장치로, 초고온 플라스마를 자기장으로 가두는 도넛 모양 장치인 ‘토카막’을 이용한다. 핵융합은 원자핵끼리 결합하면서 막대한 에너지를 내뿜는 현상으로 태양이 빛과 열을 방출하는 원리다. 플라스마란 원자핵과 전자가 떨어져 자유롭게 움직이는 고체·액체·기체 외 물질의 4번째 상태다. 초고온의 플라스마 상태에서 원자핵은 빅뱅 직후 초기우주에서처럼 반발력을 이기고 융합한다. 핵융합 장치는 초고온·고밀도 상태의 플라스마를 핵융합로에 장시간 안정적으로 가두는 기술이 중요하다.

KSTAR는 2010년 초전도 핵융합 장치로는 세계 최초로 고성능 플라스마 상태 ‘H-모드(High Confinement mode)’를 달성했다. H-모드는 토카막형 핵융합 장치를 운전할 때 특정 조건에서 플라스마를 가두는 성능이 2배로 증가하는 현상이다. H-모드는 상용로 운전을 위한 핵융합 플라스마의 기본 운전방법으로 정착됐지만 플라스마 가장자리의 압력이 임계치를 넘어 풍선처럼 터지는 ‘플라스마 경계면 불안정 현상(ELM)’이 발생해 핵융합로 내벽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ELM을 제어하고 더욱 안정적인 플라스마 운전 모드가 요구됐다. 국내 연구진은 KSTAR를 운용하다가 플라스마 가열 시 발생한 고속 이온이 내부의 난류를 안정화해 온도를 급격히 높이고 오랜 시간 유지되는 현상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를 새로운 핵융합 플라스마 운전 방법인 ‘파이어 모드’로 명명했다. 파이어 모드는 H-모드의 ELM 등 불안정성 현상이 발생하지 않고 운전 제어도 용이하다.

논문 교신저자인 나용수 서울대 교수는 “실패한 줄 알았던 실험 결과를 분석하다가 새로 발견한 창의적 성과로 한국의 핵융합 연구가 독창적으로 이뤄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밝혔다. 한현선 핵융합연 박사는 “추가 연구를 통해 KSTAR의 1억 도 초고온 플라스마 운전 성능도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양 기관의 공동 연구 결과, 지난해에는 안정적으로 파이어 모드를 최대 30초까지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과기정통부는 “미래 핵융합 상용로의 플라스마 운전 기술 확보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