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황현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장은 지난 26일 서울 동작구 전문건설회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시설물유지관리업종 폐지 정책이 조속히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현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장

안전관리 고도전문성 필요하고
재난·재해 예방 필수 분야인데
시대 역행 정책추진 이해 안돼

권익위·국감서도 부당성 지적
국토부는 아직 아무 조치 안해
관련업종 가족 생존권도 위협



공공 및 민간 건축물의 안전과 직결된 ‘시설물유지관리업’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폐지 정책에 대해 반발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관련 업종 종사자들은 지난 2년간 청와대와 국회, 국토부 앞에서 대규모 규탄대회, 천막·마네킹 농성, 1인 릴레이 시위를 이어온 데다 지금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과 세종시 국토부 앞에서 업종 폐지 정책 철회를 촉구하는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시설물유지관리업은 각종 시설물(건축물)의 안전을 위해 유지와 보수는 물론 재난·재해 시 긴급 개·보수에 투입되는 필수업종이다.


“시설물유지관리업은 국민 안전과 직결돼 있습니다. 그래서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참사를 계기로 ‘시설물안전법’이라는 특별법을 만들어서 전문 기술인과 업체가 각종 시설물 안전관리에 집중하도록 했지요. 그런데 지난 정부에서 갑자기 ‘시설물유지관리업종 폐지’를 추진해 국민 안전에 역행하고 30만 시설물유지관리업종 가족들의 생존권마저 위협하고 있습니다.” 지난 26일 서울 동작구 전문건설회관에서 만난 황현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장은 “시설물유지관리업종 폐지 정책은 지난 정부가 각종 재난·재해로부터 국민 안전과 재산 보호를 외면한 채 추진한 어처구니없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황 회장은 특히 “국민권익위원회와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시설물유지관리업종 폐지의 부당성을 지적, 시정 요구를 했으나 국토부는 현재까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며 “국민 안전을 무시한 채 지난 정부가 추진한 정책에 대해 같은 정부의 국가기관이 문제점을 적시하고 해결방향을 제시했는데도 아직 철회되지 않고 있다는 게 참담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국민권익위는 지난해 6월과 올해 2월 두 번이나 국토부에 시설물유지관리업 유효기간을 2029년까지 유예하라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시설물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하라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여러 의원이 ‘시설물유지관리업종 폐지는 잘못’이라며 시정을 요구했고, 지난 4월 나온 ‘2021년 국정감사 결과 보고서’에 “시설물유지관리업을 별도로 발전시키는 등 시설물 유지관리 및 안전을 강화할 것”을 적시했다. 특히 현 정부 출범 후 지난 5월 있었던 인사청문회에서 원희룡 당시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시설물유지관리업 폐지 정책이 시설물 안전관리 측면에서 부적절하다”는 한 청문위원의 지적에 대해 취임 후 재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황 회장은 “시설물유지관리업계와 그 가족들은 2020년 7월부터 시설물유지관리업종 폐지 정책 철회 촉구 농성과 탄원서 제출, 호소문 게재, 시위 등을 통해 부당성을 지적했고, 국민권익위와 국회가 시정을 요구했는데도 국토부는 아직도 요식행위와 꼼수 행태만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관련 업계와 대화한다면서 업종 폐지 내용을 담은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을 개정한 데 이어 업종 전환 세부기준 고시를 제정, 사업자들의 업종을 전환시키는 데 급급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시설물유지관리업종 폐지 정책에 대해 반대가 심해지자 사업자들의 업종을 신속히 전환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업종 전환을 빨리 신청한 사업자에게 50%의 가상실적을 가산해 주고, 이 실적을 전환 신청한 업종의 실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예를 들어 5년 동안 시설물유지관리업 실적 100억 원을 보유한 사업자가 고시 시행 첫해 토목공사업으로 전환하면 토목공사 실적을 150억 원으로 만들어 주며, 이러한 조건에도 대다수 사업자가 전환을 거부하자 급기야 업종 전환을 신청하면 시설물유지관리업종은 그대로 두고 신청 업종을 추가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국토부는 업종 전환 사업자가 아니라 겸업 사업자를 만들어 주면서 전환율이 높다는 홍보를 대대적으로 하는 한편 유지·보수공사에 시설물유지관리사업자들의 참여 기회를 축소하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시설물 안전, 사업자의 기술능력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사업자들을 다른 분야로 전환시키려는 꼼수를 쓰는 게 과연 정부가 해서 될 일인지 되묻고 싶다”고 울분을 토했다.

황 회장은 “시설물유지관리업이 필요 없고 사장되는 업종이라면 국토부의 정책대로 폐지하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지만 도입 이후 국민 안전과 직결되면서 매년 평균 20% 이상 성장을 거듭했다”며 “2000년 이후 대형 건축물과 첨단 건축물, 장대·특수교량과 터널 등이 계속적으로 증가해 업종 폐지는 국민 안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지금은 오히려 공공 및 민간 건축물의 안전관리에 대한 고도의 전문성이 더욱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국토부는 국회와 국민권익위의 시정 요구를 받아들여 국민 안전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순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