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의 ‘코드 인사(人事)’가 일선 판사에 이어 법원장까지 확대됐다. 25일 발표된 법원 정기인사에서 지방법원장으로 승진한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한 명도 없는데, 법원 사상 처음이다. 이 때문에 유능한 핵심 인력인 고법 부장급 판사 13명이 한꺼번에 법원을 떠나게 됐다. 반면 김 대법원장은 장낙원 부장판사를 후순위였음에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담당하는 요직인 서울행정법원장에 임명했다. 노무현 청와대에서 근무하고 우리법연구회 소속으로 성향이 뚜렷하다. 만약 정권교체가 이뤄지더라도 현 집권세력이 국회를 장악한 데 더해 사사건건 가처분 신청이나 행정소송으로 맞서는 식으로 차기 정부를 무력화할 길을 미리 넓혀 놓은 결과도 된다.

이미 대법관 13명 중 진보성향 단체인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대법관은 절반이 넘는 7명이다. 김 대법원장은 법원 서열화를 막겠다는 명분으로 고법 부장의 승진제도를 폐지하는 동시에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확대했다. 법리에 밝고 법원을 끝까지 지키려는 고위 법관들을 내치는 대신 코드 법관들을 요직에 꽂을 수 있는 장치다. 후보 투표의 최다 득표자도 아닌 사람을 발탁한 이번 서울행정법원장 인사만 봐도 알 수 있다. 장 부장판사는 최근 방역패스 집행정지 신청을 유일하게 전부 기각했다. 지난해 8·15 보수 단체 집회 신청을 기각하기도 했다. 한편 전주지법원장에 발탁된 오재성 부장판사도 김 대법원장 지지기반처럼 된 전국법관회의 의장을 지냈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인사에서도 코드 판사들을 요직에 앉히고 조국 사건 담당 법관은 근무 기한을 넘겼는데도 유임시켰다. 무죄 판결을 받은 ‘사법행정권 남용’ 법관들은 징계했다. 언젠가 단죄해야 할 심각한 인사 농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