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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분 사회, 헌법 정신에 길을 묻다 - 분단상황 따른 과제도

분단이 고착화한 상태에서 남북 평화는 물론 통일을 지향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처지는 헌법 개정을 논할 때마다 이른바 ‘통일 조항’ 논란으로 이어진다. 결국 논의의 출발점은 헌법 제3조와 4조에서 ‘북한의 법적 지위’에 대한 해석상의 모호함을 해결하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규정한 헌법 3조를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남과 북이 독립된 정부가 아니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법 질서나 통치권이 한반도 전체에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 통일 정책의 수립·추진을 명시한 헌법 4조를 강조한다면 자유민주주의를 채택한 남한과 사회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북한을 각각 독립된 주권국가로 해석해야 하므로 북한은 반(反)국가단체에 불과하다.

사법부 역시 통일 조항을 이중적으로 해석할 여지를 뒀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북한이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이면서도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획책하는 반국가단체’라는 점을 일관된 판례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를 비롯한 국내외 정치 상황에 따라 북한을 주권국가로 볼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정부가 지난 2019년 11월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탈북민 2명을 강제 북송하자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를 위해 주권을 어느 선까지 행사할 것인가’를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런 해석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는 헌법 개정 시 통일의 기본 원칙을 구체적으로 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독일은 1949년 서독에서 제정돼 임시 헌법 역할을 한 ‘기본법’ 제23조에서 ‘기본법은 서독 지역 주에만 적용되고 기타 지역은 연방에 가입한 후에 효력이 발생한다’고, 146조에서 ‘기본법이 독일 국민의 자유로운 결정에 따라 의결된 헌법이 효력을 발생하는 날에 효력을 상실한다’고 명확하게 규정한 바 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1일 “현행 헌법은 남북 통일의 원칙과 방향성은 나와 있지만 통일 국가에 대한 비전이나 미래상, 통일 방식에 대한 근거 조항은 빠져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효원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에 ‘남북 관계에 대한 주요 사안은 법률로써 정한다’는 식으로 좀 더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법치국가를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