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정부 그린벨트 해제안 놓고
여권 차기 주자들 공개적 반대
文과 거리두기 본격화 가능성

최근 민심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부동산 정책을 두고 여권에서 대선 주자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 이어 청와대와 정부까지 추진 의사를 밝혔던 서울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는 대선 주자들이 나서면서 급제동이 걸리고 있는 모양새다. 이번 국면을 계기로 여권의 차기 주자들이 문재인 대통령과 본격적인 ‘거리 두기’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연일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강경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지사는 20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보수 정권들의 제일 큰 기여는 그린벨트 보존”이라며 “서울 강남의 핵심 요지에 그린벨트를 훼손해서 아파트를 공급하면 사상 최대 로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 경기를 중시하는 보수 정권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강력한 반대 메시지를 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민주당 당대표 선거 후보 등록을 한 이낙연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그린벨트를 손대는 것은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며 “그린벨트를 손대지 않고 다른 방법이 있다면 다른 방법을 쓰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7월 초 언론 인터뷰에서는 그린벨트에 대해 “정말로 필수불가결한 곳이 아니라면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내놓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는데 이날은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전날(19일) 역시 잠재적 대선 주자로 분류되는 정세균 국무총리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그린벨트 해제 반대”라고 말했다. 대선 또는 서울시장 출마가 거론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페이스북에 “그린벨트를 풀어 서울과 수도권에 전국의 돈이 몰리는 투기판으로 가게 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대선 주자들이 연이어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민주당의 기류도 그린벨트 해제 불가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여권 내에서는 부동산 정책으로 시작된 대선 주자들의 목소리 내기가 앞으로 계속될지 주목하고 있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문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인다면 차기 주자들이 계속 자기 색깔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여당 내에 강력한 차기 주자가 있을 경우,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레임덕’으로 이어진 경우가 적지 않았다. 과거 이명박 정부는 야심 차게 추진했던 세종시 수정안이 차기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반대에 가로막히면서 국정 운영 동력을 상당 부분 상실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