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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보내면 두배로 줄게”
정치인·巨富 명성 이용한 사기
팔로워 수천만명 피해 가능성
해커 글에 1억원 코인 송금돼
트위터 “이용자들 비번 바꿔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등 정·재계 인사들의 트위터 계정이 15일 동시에 해킹당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유명 인사들의 계정을 이용한 비트코인 사기가 벌어진 가운데 애플, 우버 등 기업 공식 계정까지 피해가 일파만파 확대됐다.

워싱턴포스트(WP), CNBC 등에 따르면 이날 바이든 전 부통령 등의 계정에 비트코인 송금을 요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계정에는 블록체인 주소와 함께 ‘지역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다. 30분 안에 1000달러(약 120만 원)를 비트코인으로 보내면 돈을 두 배로 돌려주겠다’는 글이 올라왔다가 삭제됐다. 이 글은 4시간 동안 3330회에 걸쳐 트위터에 게시됐으며 올린 IP 주소는 미국 휴스턴과 뉴욕,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일본 등지로 파악됐다.

이번 해킹 사건이 거대 부호들의 명성을 이용한 사기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계정에도 비슷한 글이 올라왔다. 게이츠, 버핏, 베이조스, 머스크는 세계 10대 부호 안에 들며, 이들을 팔로우하는 수천만 명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피해는 애플, 우버 등 기업으로도 확대됐다. 한편 해킹 피해를 당한 정계 인사들은 반트럼프 진영에 속한다. 오바마 전 대통령과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민주당 대선 후보인 바이든 전 부통령 지지 선언을 했다. 래퍼 카녜이 웨스트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며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제미니 암호화폐거래소 공동창업자인 캐머런 윙클보스가 트위터에 “이것은 사기다. 돈을 보내지 마라”고 경고했으나 사기 행각에 이용된 블록체인 주소엔 11만5000달러(1억3800만 원) 상당의 비트코인이 송금됐다. 트위터는 “이번 보안 사건에 대해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며 이용자들에게 비밀번호 변경을 권고했다. 해킹 사건으로 트위터 주가는 장외 거래에서 5% 가까이 하락했다.

보안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으로 트위터 메시지의 사실 여부 확인이 어려워질 것이며 트위터를 필수 의사소통 채널로 사용하는 정치인·유명인사·기업이 광범위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이버 보안 전문가 레이첼 토박은 “이번 사건은 트위터가 받은 가장 큰 공격”이라면서도 “해커들이 전 세계에 혼란과 파괴를 일으키지 않고 금전적 동기만 있던 것은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같이 영향력 있는 인물의 계정에 세계 안보를 위협하는 잘못된 정보가 퍼진다면 위험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앞서 트위터는 지난달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유출을 공식 인정했다. 지난해 8월에는 잭 도시 트위터 CEO 계정이 해킹당했고 2017년엔 트위터 직원이 고의로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을 11분간 비활성화해 논란이 됐다.

정유정 기자 utoo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