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년전 특사 방북정의용(앞줄 왼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 특별사절단이 방북을 마친 후 2018년 9월 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은 서훈 국가정보원장. 뉴시스

조선중앙통신 “남측이 간청
철저히 불허의 입장 알렸다”
김여정 “꼴불견·역겹다” 담화

문재인 정부가 물밑에서 대북 특사 파견을 제안했지만 곧바로 북한은 이를 거절했다. 북한은 이 사실마저 공개하며 철저한 남북관계 단절 기조를 유지했다. 북한의 모욕과 비아냥이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남북 간 갈등은 별다른 해법을 찾지 못한 채 한동안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졌다. 문 대통령이 제안한 특사 파견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아닌 ‘2인자’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거절한 것은 그의 위상이 격상된 것일 수도 있고, 대남 무시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17일 보도에서 “15일 남조선 당국이 특사파견을 간청하는 서푼짜리 광대극을 연출했다”면서 “우리의 초강력 대적 보복공세에 당황망조한 남측은 문 ‘대통령’이 우리 국무위원장 동지(김정은)께 특사를 보내고자 하며 특사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으로 한다면서 방문 시기는 가장 빠른 일자로 하며 우리 측이 희망하는 일자를 존중할 것이라고 간청해왔다”고 밝혔다. 통신은 이어 “남측이 앞뒤를 가리지 못하며 이렇듯 다급한 통지문을 발송한 데 대해 김 제1부부장은 뻔한 술수가 엿보이는 이 불순한 제의를 철저히 불허한다는 입장을 알렸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사실 여부와 관련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그건 맞는다”며 “비공개적으로 이런 제안이 된 것 같은데 그것을 공개시켜서 거절 의사를 표시한 걸 보면 상당히 불신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물밑에서 이뤄진 외교적 움직임인 특사 제안을 대놓고 공개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고 무례한 행동이지만, 북한이 이 같은 행태를 보인 것은 남북관계를 파탄으로 끌고 가려는 기존 계획을 고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특사 파견 제안의 주체로 문 대통령을 콕 집어 비판함으로써 추가적인 물밑 접촉의 시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이에 따라 한동안 북한과의 대화 등 외교적 노력은 차단된 채 북한이 군사적 도발과 함께 금강산과 개성공단 남측 자산의 처리 등 추가적인 공세를 퍼부을 가능성이 커졌다. 여권 관계자는 “결국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은 비판하면서도 차분한 대응기조는 이어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날 김 제1부부장은 문 대통령의 6·15 메시지와 관련해 ‘철면피한 감언이설을 듣자니 역스럽다’는 제목으로 내놓은 담화에서 “항상 연단이나 촬영기, 마이크 앞에만 나서면 마치 어린애같이 천진하고 희망에 부푼 꿈같은 소리만 토사하고 온갖 잘난 척, 정의로운 척, 원칙적인 척한다”며 “평화의 사도처럼 처신머리 역겹게 하고 돌아가니 그 꼴불견을 혼자 보기 아까워 우리 인민들에게도 좀 알리자고 내가 오늘 또 말폭탄을 터뜨리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