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허정무(왼쪽)가 1986년 6월 2일 멕시코월드컵 A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를 저지하다가 허벅지를 차고 있다. 연합뉴스

허 이사장의 축구인생

허정무는 1980년대 국가대표팀의 무게중심이었다. 허정무는 176㎝로 키가 크지 않지만 강인한 체력과 굳센 정신력을 앞세워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한국 A매치 최다 출전 12위(103회), A매치 최다 득점 공동 6위(30골). 허정무는 특히 중앙 공격수부터 측면 공격수, 중앙 미드필더, 측면 미드필더, 심지어 측면 수비수까지 팀이 필요로 하면 어느 포지션이든 마다치 않았다. 궂은일을 자처하는 희생정신, 어떤 일이든 해낸다는 패기를 갖췄기에 가능했다. 특히 상대 주득점원, 플레이메이커를 꽁꽁 묶는 게 주특기였고 그래서 ‘진돗개’로 불렸다.

프로축구 2부리그 대전하나시티즌을 이끄는 허정무 이사장은 “나는 천재가 아니고, 현역 시절을 돌아보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멸시를 받은 일”이라면서 “1969년 축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 실력이 형편없었기에 동료들로부터 무시당했다”고 말했다. 허 이사장은 “하지만 한 번 이겨보겠다는 욕심이 생겨 견뎌냈다”면서 “그래서 엄청난 노력을 쏟았고, 마침내 성과를 얻어 태극마크를 달았다”고 덧붙였다.

허 이사장은 1월생인 데다 2년이나 빨리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1968년 목포중을 졸업했지만, 축구를 위해 1969년 서울 중동중 2학년으로 편입했다. 허 이사장은 “친구들이 고교 2학년이 되던 해 나는 다시 중학교 2학년이 돼 공을 찼다”며 “7남매 중 넷째인 내가 고교에 진학해야 할 시기에 누나와 형이 대학, 동생이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었기에 내가 고교 진학을 뒤로 미뤘다”고 설명했다. 허 이사장은 “축구를 하면 학비 걱정 없이 고교에 다닐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중학교 2학년으로 들어갔다”면서 “나이가 들어 축구를 배우기 위해 나보다 어린 선배를 형이라고 불렀고, 빨래도 대신 해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말마따나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4년 만인 1973년 3월 청소년대표로 뽑혔고 다시 1년 만인 1974년 12월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A대표팀에 뽑혔을 당시 그는 19세였다.

허 이사장은 1980년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에 입단, 유럽 무대를 휘저었다. 1986 멕시코월드컵에 선수로,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엔 감독으로 출전했다. 1998년 처음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지만 2000년 성적 부진으로 물러났고, 2008년 다시 감독직을 맡아 남아공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이뤘다. 허 이사장은 “모든 분들이 1986년의 허정무, 2010년의 허정무를 이야기한다”면서 “나도 그때를 떠올리면 벅차지만, 그때보다 나은 오늘이 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