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해방군 소속 해커 4명
20개국서 서버 34대 동원
에퀴팩스 내부 전산망 침투
고객 이름·주소 등 훔쳐내

美 “고의로 사생활 침탈”
진정국면 미·중 갈등 우려

미국 법무부가 컴퓨터망을 해킹해 미 최대 신용평가업체 에퀴팩스(Equifax)에서 약 1억5000만 명의 개인정보를 빼돌린 혐의로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해커 4명을 기소했다. 1월 무역합의로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던 미·중 갈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에 이어 사이버 공격 공방까지 이어지면서 다시 증폭되고 있다.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미국의소리(VOA) 등에 따르면 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우지용, 왕첸, 쉬커, 류레이 등 중국군 산하 54연구소 소속 해커 4명을 해킹 및 기밀정보 절도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중국군 해커들은 2017년 5월부터 7월까지 에퀴팩스 내부 전산망에 침투해 미국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인 1억5000만 명의 개인정보를 훔친 혐의다. 이들이 빼낸 개인정보에는 이름, 생일, 주소는 물론 사회보장번호(SSN), 운전면허번호 등 각종 신상정보가 망라됐다.

기소장에는 중국군 해커들이 정체를 감춘 채 에퀴팩스 전산망에 침투하기 위해 거의 20개국에 위치한 서버 34대를 동원했다고 적시됐다.

바 장관은 “미국인들의 사적인 정보를 고의로, 광범위하게 침탈한 것”이라며 “우리(미국)는 합법적 국가안보 목적으로만 정보를 수집한다. 일반 시민들의 사생활을 무차별적으로 침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그들의 절도 행위는 에퀴팩스에 단순히 경제적 손실을 끼쳤을 뿐만 아니라 미국인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했다”며 “중국군 해커들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법무부와 연방 검찰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례적으로 중국어로 번역된 지명수배 포스터를 공개하고 해커들의 한자 이름도 기소장에 명기했다. 2017년 해킹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미 하원 금융위원회가 청문회를 개최하고 리처드 스미스 당시 에퀴팩스 CEO는 고객정보 유출 책임을 지고 사임한 바 있다. 이후 에퀴팩스는 지난해 7월 이 사건과 관련된 각종 소송을 취하하기 위해 7억 달러(약 8300억 원) 가까운 금액을 벌금과 합의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마크 비고어 에퀴팩스 CEO는 이번 기소 과정에서 “연방 사법당국과 긴밀히 협력했다”고 밝혔다.

미 법무부의 이번 기소는 2014년 중국군 해커 5명을 기소한 데 이어 두 번째다. 특히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중국의 스파이 활동 단속을 대폭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기소가 이뤄져 향후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미국은 2015년 미 연방인사관리처(OPM) 전산시스템이 해킹돼 전·현직 연방공무원 등 2000만 명 이상의 신상정보가 유출된 사건 배후에 중국 해커들이 있으며, 2018년 세계 최대 호텔체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고객 5억 명의 정보가 빼돌려진 사건도 중국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