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현대중공업그룹 직원들이 디지털관제센터에서 ‘힘센 엔진’ 운전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제공

- 현대重 ‘스마트 조선소’

현장 곳곳에 5G 키오스크 설치
대용량 3D 도면 쉽게 내려받아

360도 ‘웨어러블 넥밴드’ 활용
관제센터에 실시간 영상 전송

AI 선박운전최적화시스템 개발
기존보다 연료비 10%이상 절감

현대중공업그룹이 ‘스마트 돛’을 달고 순항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신성장 동력이 ‘미래 기술’에 있다는 판단에 따라 5세대(G),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조선업에 접목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스마트 중공업 시대의 선두에 서겠다는 전략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에 맞춰 지난해부터 스마트조선소로의 변신을 꾸준히 준비해왔다. 지난해 5월 KT와 ‘5G 기반 로봇·스마트 팩토리 사업 협력’ 업무협약(MOU)을 맺고 울산 야드를 5G 기반으로 일신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과거에는 직원들이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도면 뭉치, 기계 설명서, 야드 약도 등을 들고 해당 지역을 찾아야 했지만, 이제는 스마트폰만 들고 가면 된다”며 “앱으로 설계 도면을 열고 증강현실(AR) 글라스를 착용하면 문제 발생 지점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점검 이력과 해결 방법도 마이크에 대고 물어보면 손쉽게 알 수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5G 활용은 이뿐만이 아니다. 현장 곳곳에 5G 키오스크를 설치해 직원들이 대용량 3D 설계 도면을 쉽고 빠르게 내려받아 볼 수 있도록 변경했다. 기존에는 설계 도면 다운로드에만 수십 분이 걸렸지만, 이제는 수분 이내로 단축되면서 생산현장에서 업무 효율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합관제센터에서는 현장 안전요원들이 360도 웨어러블 넥밴드를 활용해 작업 현장을 관리하고 있다. 5G 기반의 웨어러블 넥밴드는 본체에 부착된 360도 카메라를 통해 통합관제센터에 고화질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송해주는 장비다. 긴급상황에서 즉각적인 구조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해상에서도 KT와 함께 ‘해상 시험 운전 통신망’ 개선사업을 통해 끊김이 없는 통신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 결과 선박 통신에 5G를 도입, 김포항에서 호미곶까지 원활한 해상통신이 가능하게 됐다.

스마트조선소 사례는 KT의 우수 사례로도 자주 인용된다. 지난해 12월에는 울산 본사에서 양사 최고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스마트조선소 구축 사업 현황을 점검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스마트조선소가 멀리 있지 않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면서 “산업 안전, 원가 절감, 생산성 향상을 위해 다양한 5G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고 선박 원격 제어, 긴급 의약품 드론 수송과 같은 기술도 차츰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한영석(뒷줄 오른쪽) 현대중공업 사장과 황창규(가운데) KT 회장이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통합관제센터를 찾아 스마트조선소 구축 현황을 살펴보는 장면. 현대중공업그룹 제공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선박 항해보조시스템인 ‘하이나스(HiNAS)’를 개발했다. 하이나스는 AI 기술을 활용해 주변 선박을 인식해 해상에서 선박 간 충돌을 방지하는 기술이다. 선박 외부 카메라를 통해 주변 선박과의 충돌 가능성을 색과 수치로 표현, 이를 항해사에게 실시간 전달하는 게 핵심이다. 특히 기존 시스템이 탐지할 수 없던 소형 어선들까지 확인할 수 있어 선박의 안전을 한층 강화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하이나스의 상용화를 시작으로, 자율운항선박 기술도 개발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선박용 발전엔진에 AI 기술을 접목한 ‘선박운전최적화시스템’ 개발에도 성공했다. 이 시스템은 현대중공업의 독자 엔진 모델인 ‘힘센 엔진’에 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한 것으로, AI가 선박 내 발전 엔진의 정보를 종합·분석한 후 최적의 연비를 낼 수 있도록 명령해 연료비를 기존보다 10% 이상 절감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선박의 실시간 운항 데이터를 분석하고, 항해사에게 최적의 경로를 제안하는 ‘통합 스마트십 솔루션(ISS)’으로 미국선급협회(ABS) 기술 인증을 획득했다.

그룹 차원에서도 지속해서 기술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창립 50주년을 맞는 2022년 완공을 목표로 지난해 12월 글로벌 연구·개발(R&D)센터 착공에 들어갔다. 경기 성남시 판교 일대에 설립되는 글로벌R&D 센터에는 그룹 연구 인력들이 모두 집결해 근무하게 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 센터를 기술 중심 경영의 ‘컨트롤타워’로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향후 매출액 대비 기술 개발 투자비중을 세계 선진기업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며 “스마트십 분야에서 국제적인 인정을 받은 만큼, 스마트십 고도화를 통한 기술 초격차로 경쟁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업계 1위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자신했다.

곽선미 기자 gs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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