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현대차그룹 인공지능 연구 조직 ‘에어랩’ 민재식(왼쪽부터)·원숙영·김수영 책임연구원이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공유오피스 ‘패스트파이브’ 내 에어랩 사무실에서 수요응답기반 커뮤니티형 모빌리티의 실시간 최적 경로 탐색 시뮬레이션 화면을 띄워 놓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3) 현대차그룹 ‘에어랩’

모빌리티 서비스 교통상황 등 반영한 알고리즘 여러명 탔을때 최적경로 탐색 AI 에이전트 車의 문제·적절한 주행시스템 대화하듯 음성으로 정보 제공 컴퓨터 비전 운전자에 맞춰 운전대 등 조절 길 안내도 “앞차 따라 우회전”

1980년대 국내에서도 방영돼 인기를 끌었던 미국 드라마 ‘전격 Z 작전’(원제 Knight Rider) 속 ‘키트(K.I.T.T)’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미래차의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후진이나 주행 모드 변경까지 알아서 하는 완전 자율주행차이고, 음성으로 호출할 수도 있다. 막히는 길을 피해 실시간으로 경로를 수정하며, 탑승자가 궁금해하는 정보는 무엇이든 알려줄 뿐만 아니라, 사람처럼 탑승자와 대화한다.

키트급은 물론 아니지만, 기초적 수준에서 이와 유사한 기능들은 자동차에 이미 적용되고 있다. 치열한 미래차 개발 경쟁에서 앞서가려면 AI 기술력 확보가 시급한 과제인 것이다.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하려는 현대차 미래의 중심에도 결국 AI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공유오피스 ‘패스트파이브’ 내 현대차그룹 ‘에어랩(AIR Lab·AI Research Lab)’ 사무실을 찾았다. 에어랩에서 연구하는 자동차 관련 AI 기술은 크게 △모빌리티 서비스 △AI 에이전트(Agent) △컴퓨터 비전(Vision·시야) 등 3개 분야다.

◇모빌리티 서비스=김수영 책임연구원이 수요응답기반 커뮤니티형 모빌리티 서비스의 실시간 최적 경로 탐색 시뮬레이션을 보여줬다. 커뮤니티형 모빌리티는 공유형 차량 호출 서비스다. 반경 2㎞ 내외 서비스 지역 내 어디서든 이용자가 호출하면, 대형 승합택시(쏠라티 개조차)가 실시간으로 생성된 최적 경로로 운행하며 승객들을 원하는 장소에서 태우고 내려주는 합승 형태다.

에어랩의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 연구원들은 실시간 수요와 교통 상황을 반영해 경로를 형성해주는 ‘다이내믹 라우팅 엔진’이란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1번 호출 승객을 태우고 가는 중에 2번, 3번 호출이 들어오면 모든 탑승객을 목적지에 데려다줄 최적 경로를 실시간으로 탐색해 이동하게 된다. 여러 명을 태우면서도 많이 돌아가지 않아야 하고, 차를 기다리는 시간, 도착 예상 시간 등이 최대한 정확해야 하기에 AI 기술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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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에이전트=마블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서 아이언맨이 스파이더맨에게 남겨준 AI 이름은 ‘이디스(EDITH)’다. 현대차 에어랩에도 이 명칭을 딴 태스크포스팀이 있다. AI 카 에이전트(Car Agent)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담당한다. AI 에이전트의 대표적 기능은 음성인식이다. 창문을 여닫거나 좌석 열선을 켜고, 라디오 주파수를 바꾸는 수준은 이미 완성차에 적용돼 있다.

에어랩에서 연구하는 AI 에이전트의 목표는 이를 넘어 탑승자와 자동차의 상태를 파악하고, 다양한 주변 환경의 맥락까지 이해해 그야말로 차에 함께 탄 친구 역할을 하는 것이다. AI 에이전트의 콘셉트는 ‘생각하고 돌봐준다(Think and Care)’다. 원숙영 책임연구원은 “음성 인터페이스란 도구를 이용해 대화 형식으로 풀어내면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차에 생소한 경고등이 들어왔는데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 모를 수 있다. 다양한 첨단 운전자보조 시스템(ADAS)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운전자도 있다. 만약 카 에이전트가 “타이어 공기압이 낮아요” 또는 “고속도로 주행보조 시스템(현대·기아차 반(半)자율주행 기능)을 써보면 어떨까요” 하고 음성으로 알려준다면 친절하게 배려받는 기분까지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컴퓨터 비전=컴퓨터 비전은 AI가 이미지나 영상을 보고 내용을 이해하는 기술이다. 민재식 책임연구원은 “사람은 앞에 놓인 사물이 무엇인지, 지금 보고 있는 이미지에서 특정 물체가 어느 위치에 어느 크기로 있는지 등을 쉽게 파악하지만, 기계엔 아직도 어려운 과제”라고 설명했다.

자율주행 기술이나 AI 에이전트와 결합하면 컴퓨터 비전 기술의 활용도는 커진다. 우선 자율주행차가 주변의 다른 차를 인지하고, 또 횡단보도를 지날 때 인도에 있는 보행자가 길을 건너려 하는지 그냥 스마트폰을 쳐다보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면 더욱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역할은 AI 에이전트에 ‘눈’을 달아주는 것이다. 정차 중에는 운전자가 잠시 한눈을 팔기 쉽다. 이때 앞차가 출발하면 알려주는 기능은 이미 상용화돼 있다. 초음파로 차간 거리를 인식하는 원리다. 하지만 내 차가 맨 앞차라면 전방 카메라가 신호등 영상을 촬영하고, 차에 탑재된 AI가 이를 토대로 신호등 색깔을 인식할 수 있어야 출발하라고 알려줄 수 있다. 또 AI가 운전자 얼굴을 인식, 차에 타면 자동으로 시트와 운전대, 룸미러 등 위치를 평소 설정대로 조절해줄 수 있다.

내비게이션 안내도 훨씬 개선된다. “전방 300m에서 우회전”이 아니라, 길을 잘 아는 친구가 옆에 앉아 알려주는 것처럼 “저 앞 택시 따라서 우회전”처럼 직관적으로 안내할 수 있게 된다. 민 책임연구원은 “주행 중 전화를 건다든지, 졸음운전을 한다든지 등 운전자 행동을 분석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며 “반대로 신호대기 중이라면 전화통화를 해도 경고하지 않는 판단까지 할 수 있게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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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AI기술 확보’
국내외 기업들과 잇단 협업

현대차그룹은 인공지능(AI) 기술 확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다양한 협업 및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가 AI 기술 투자를 본격 시작한 것은 2017년 11월이었다. 현대차는 당시 혁신 기술을 갖춘 미국, 유럽, 이스라엘 등지의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해 SK텔레콤, 한화자산운용과 공동으로 ‘AI 얼라이언스 펀드’를 설립했다. 3사가 각각 1500만 달러를 출자했고,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캐나다 AI 솔루션 기업 ‘엘리먼트(Element) AI’가 투자 자문 역할로 참여했다. 현대차가 이 펀드에 참여한 목적은 혁신 기술 정보를 얻고 협업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엘리먼트 AI만 봐도 세계 AI 기술을 선도하는 몬트리올대, 맥길대 등의 AI 전공 석·박사와 교수 등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어 지난해 10월 미국 AI 전문 스타트업 ‘퍼셉티브 오토마타’에 전략 투자를 단행, 인간 행동 예측 기술 확보에 나섰다. 2014년 설립된 퍼셉티브 오토마타는 시각 센서와 정신물리학(Psychophysics)을 기반으로 인간 행동을 예측하는 AI 기술을 전문으로 연구한다. 건널목에 서 있는 사람이 신호등에 맞춰 건널지 아니면 무단횡단을 할지, 갓길을 달리고 있는 자전거가 갑자기 차도로 뛰어들 것인지 등을 예측하는 것이다. 현대차는 AI를 활용한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중국 스타트업 ‘딥글린트’와도 협업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엔 이스라엘 AI 전문 스타트업 ‘알레그로.ai’에 전략 투자했다. 2016년 설립된 알레그로.ai는 딥러닝 기반 AI를 전문으로 연구하며, AI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부터 관리까지 종합 솔루션 제공 기업이다. 특히 AI 활용 분야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그램 제작에 특화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는 서울대와 손잡고 국내 AI 생태계 구축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대 공과대학과 AI 미래 신기술 공동연구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현대차는 조만간 미국 실리콘밸리에 AI 전문 연구조직 ‘에어센터(AIR Center)’를 추가로 설립할 계획이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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