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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 어기며 첩보 이첩 왜?

B해운 특혜제공 의혹 보고서
李 “민간영역사안” 배제결론
白, 이인걸 질책 뒤 사건 넘겨
警 “단순이권다툼” 내사종결

청와대가 ‘김기현 전 울산시장 사건’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 고위 인사의 B해운업체 특혜제공 첩보까지 경찰에 이첩해 사실상 하명수사를 지시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당초 청와대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 산하 특별감찰반이 첩보를 작성하고도 ‘민간 영역의 사안’으로 결론을 내려 사건을 덮었지만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의 지시로 경찰 내사를 진행시켰다는 것이다.

29일 사정당국 관계자 및 특감반 출신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 등에 따르면 김 전 수사관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거론되는 B해운업체의 비위 정황에 대해 첩보보고서를 작성했다. 김 전 수사관은 이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2017년 8월쯤 이인걸 당시 특감반장에게 구두 보고 후 승인을 받고 첩보보고서를 작성했다”며 “그러나 첩보보고서를 받아본 이 전 반장은 ‘민간업자들 간 이권 다툼에 우리가 개입하게 되는 것 아니냐’며 보고서를 킬(kill, 폐기)했다”고 전했다. 당시 김 전 수사관은 제보자로부터 B해운업체와 김 전 실장 등이 등장하는 자료를 넘겨받고 약 20쪽의 첩보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백 전 비서관의 개입으로 해당 첩보가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보고서가 ‘킬’ 된 지 약 1개월 후 이 전 반장은 김 전 수사관에게 “백원우 비서관에게 혼났다”며 “킬했던 자료 아직 가지고 있냐”고 물었다. 자료를 다시 받은 이 전 반장은 반부패비서관실에서 근무하는 경찰 출신 A 행정관에게 20쪽의 첩보보고서는 제외한 채 제보받은 자료 일체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A 행정관은 해당 자료를 경찰청에 이첩해 당시 특수수사과(현 중대범죄수사과)가 실제로 내사를 진행했다. 특히 김 전 수사관은 해당 자료를 이첩한 후 같은 해 가을쯤 ‘강남 클럽 버닝썬 사태’ 때 ‘경찰총장’으로 거론됐던 윤규근 당시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에게서 전화가 와 “백 비서관이 이첩하라고 한 사건이 있는데, 어떻게 되고 있냐”고 묻기도 했다고 밝혔다. 정작 경찰은 ‘김 전 실장 등이 거론된 사안이기는 하지만 업자들 간 단순한 이권 다툼’으로 판단해 본격 수사에 착수하지 않고 지난해 초 내사 종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직무권한을 넘어 자신들에게 유리한 사건에 대해서는 민간 영역에까지 광범위하게 개입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송유근 기자 6silver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