警, 檢 보완수사 지시 5번 무시
宋 전지검장 “警 증거없는 수사
계속 밀어붙여 결정문 길게 써”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행된 울산지방경찰청의 김기현 전 울산시장 ‘표적 수사’와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 울산경찰청이 검찰의 5차례나 되는 ‘보완 수사’ 지휘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는 검찰의 불기소 결정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경찰의 무리한 수사의 문제점을 무려 95페이지에 걸쳐 조목조목 지적하는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송인택 전 울산지검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경찰이 증거 없는 수사를 바득바득 우겨 가면서 계속 밀어붙인 것이 결정문을 90페이지 넘게 쓴 이유”라고 말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울산지검은 지난 3월 울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김 전 시장 비서실장 박모 씨 등의 직권남용 혐의 사건과 관련, 범죄 혐의 불인정 등을 이유로 무혐의 결정을 내리면서 불기소 결정서를 통해 경찰의 이해할 수 없는 행태를 지적했다. 당시 박 씨는 시청 고위직과 공모해 울산 북구 아파트 건설현장에 특정 레미콘 업체를 밀어줬다는 혐의 등을 받았다.

검찰의 불기소 결정서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해 3월 수사를 시작한 뒤 같은 해 5월 3일 박 씨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이 범죄 소명 부족을 이유로 구속영장 신청을 기각하자 별다른 보완수사를 하지 않은 채 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둔 5월 11일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다. 검찰은 범죄사실을 명확하게 할 것 등을 요구하며 보완수사를 지휘했다.

결정서에는 또 경찰은 그 이후에도 이렇다 할 보완수사 없이 7∼11월 사이 4차례나 더 ‘기소의견 송치’ 지휘를 건의해 검찰이 매번 보완수사 형태의 재지휘를 내렸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12월 3일 결국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고 나와 있다. 경찰이 한 사건을 놓고 5차례나 ‘보완수사’ 또는 ‘혐의 없음 의견 송치’를 지휘한 검찰과 공방을 벌이다, 경찰의 뜻대로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마무리한 것이다. 이를 두고 검찰은 “경찰은 검찰이 증거 부족 등의 이유로 수차례 보완수사 지휘를 했는데도, 수사 지휘의 적법성이나 정당성 등에 문제가 있다며 재지휘를 건의하는 등 그 진행 과정이 매우 이례적이었다”고 밝혔다.

김 전 시장 측근비리 의혹 수사 도중 수사 경찰관들의 좌천성 인사도 논란이 되고 있다.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현 대전지방경찰청장)은 2017년 10월 김 전 시장 동생의 변호사법 위반 관련 수사를 하던 지능범죄 수사대장 A 경정과 B·C 경위를 한직이나 일선 경찰서, 비수사 부서 등으로 전보발령을 냈다. 김 전 시장 동생과 건설업자가 체결한 용역계약서 존재를 놓고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 인사 배경으로 알려졌다.

울산 = 곽시열 기자 sykwa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