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지난 2009년 7월 5일부터 사흘간 발생한 우루무치 사태 당시 한 위구르 여성이 군인들 앞에서 무력 진압에 항의하고 있다. 이 사태를 계기로 중국 당국은 100만 명 이상의 무슬림 위구르족과 다른 소수민족들을 감금하는 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 캠프를 직업교육센터로 부르고 있다. 자료사진

- ‘우루무치 사태’ 10년… 인권탄압 실상

2009년 수백명 사망 유혈이후
10년간 전방위 감시·통제 도입
CCTV 설치비율 전세계서 1위

“구금뒤 사망”잇단 증언·폭로에
“100만명이상 수용” 주장도 나와
中 “외신이 만든 가짜뉴스” 반박

中 ‘소수민족의 독립’ 막기 위해
모스크 폐쇄하고 위구르어말살
‘사실상 인종 청소’ 주장도 나와

중국 신장(新疆) 7·5 사건, 이른바 ‘우루무치(烏魯木齊) 사태’가 일어난 지 10년이 지났다. 2009년 7월 5일 중국 서북부 신장위구르 자치구 주도인 우루무치에서 무슬림 위구르족과 한족 간에 발생한 폭력 사태다. 이 사태는 같은 해 6월 말 광둥(廣東)성 샤오관(韶關)에 있는 한 장난감 공장에서 위구르족 노동자가 한족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괴소문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촉발됐다. 한족 노동자들이 위구르족 노동자 숙소를 습격해 린치를 가하는 등 폭력 행위로 2명의 위구르인이 사망했다. 이 소식은 곧바로 신장 지역으로 전해져 우루무치에서 대규모 항의 시위가 발생했다. 처음엔 평화적 시위로 시작됐지만 위구르족과 한족 간 폭행 사태로한족이 사망하면서 대규모 유혈 폭동 사태로 발전했다. 중국군과 경찰이 투입돼 소요 사태를 진압했지만 사흘간 충돌로 200여 명이 사망하고 1700여 명이 부상하는 비극적인 결과를 낳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신장위구르에는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들에 대한 전방위적 감시·통제 시스템이 도입됐다. 3년 전부터는 위구르족들을 감금해 각종 인권 탄압이 자행되고 있는 대규모 수용소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신장 7·5 사건 10주년인 지난 5일 중국 내에서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조용히 지나갔다.

해외는 달랐다. 10년 전 일을 기억하는 행사가 여러 곳에서 벌어졌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는 위구르 단체들이 백악관 근처에서 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150만 명에 달하는 위구르족과 소수민족들을 강제 수용한 캠프에 대해 구체적인 조치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수천 명의 위구르 망명자들이 살고 있는 터키에서도 수용소 폐쇄를 요구하는 거리 시위가 벌어졌다.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는 무슬림 청년 그룹이 중국 대사관에 항의 성명서를 전달하려고 시도했다. 성명서는 “우루무치 대학살 10주년을 맞아 우리는 신장위구르 지역에서의 심각한 인권 유린이 위구르족과 다른 소수민족들의 복지를 빠르게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에 국제사회가 주목하기를 원한다”고 적혀 있다. 중국의 거부로 성명서 전달에는 실패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위구르 인권 운동가 레비야 카디어(앞줄 왼쪽)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AP 뉴시스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4월 9일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 앞에서 신장위구르와 티베트 지역 주민들의 인권 보장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AP 뉴시스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길래 이들은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는가. 중국 당국은 이러한 수용소를 테러리즘과 분리주의, 극단주의 세력에 대응하기 위한 ‘인도적 직업교육센터’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 3월 ‘신장 지역에서의 테러리즘과 극단주의에 대한 투쟁 및 인권 보호’라는 제목의 백서를 발간했다. 현재의 재교육 센터 운영은 이슬람 분리·독립을 추구하는 극단주의 세력으로부터 지역 주민을 보호하고 지역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정책이라는 반론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서구 언론과 정치인들이 신장 지역의 역사와 문화, 종교 등에 대해 오해하고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이어 “위구르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캠프’로 보내진다는 루머는 사실이 아니며,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테러리즘과 극단주의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직업 교육 등을 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100만 명 이상이 수용돼 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며, 초청받은 서방 정치인과 언론들은 재교육 센터 수용자들이 건강한 상태에 있으며, 가혹 행위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지자 중국 당국은 “직접 와서 보라”며 일부 외신을 초청해 ‘재교육센터’를 취재하도록 했다. 지난달 21일 영국 BBC방송이 인터넷 사이트에 게재한 취재기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시설 상태가 좋아 외부에서 보기에 교도소가 아니라는 점을 홍보할 수 있는 수용시설을 보여줬다. 하지만 당국이 인터뷰를 주선한 수용자들은 어딘가 모르게 불안해 보였다. 사전 교육을 받은 것처럼 하나같이 비슷한 얘기를 했다. 이들은 이슬람 극단주의의 영향을 받았으며, 교화를 위해 자발적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그동안 중국 당국은 외신들의 신장 지역 취재를 허락하지 않았다. 예외적인 경우에도 위구르족에 대한 접근을 제한했다. 또 경찰 등 보안 요원을 대동하도록 했다. 위구르족 수용 시설의 ‘진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현재로써는 캠프에 수용됐다 풀려난 위구르족의 폭로 등을 통해 간접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위구르족 수용소는 신장 지역 서남부에 위치한 타림분지의 오아시스 도시들인 카슈가르(카스·喀什), 호탄(허톈·和) 등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 수용자들의 가족이나 친인척 등의 ‘증언’을 통해 5000명에 달하는 구금자들의 신원을 밝힌 한 웹사이트를 보면, 중국 당국의 주장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 2011년 은퇴하기까지 40년 가까이 우루무치에서 언론인으로 활동해온 68세의 한 위구르족은 미국으로 망명한 아들을 2017년 2월 만나고 귀국한 뒤 얼마 안 돼 캠프에 수용됐다. 가족들은 그가 언론인으로서 위구르 문화 진흥에 평생을 바쳐온 사실도 감금 원인으로 추정했다. 그의 아들은 “수용소 상태가 매우 안 좋다고 들었는데, 아버지의 건강이 어떤지 전혀 알 길이 없어 걱정된다. 아버지가 캠프에 간 뒤 어머니는 심장병이 악화해 입원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정부는 우리 가족을 격리할 어떤 권한도 없으며, 평생 언론인으로 종사하고 미국인 아들을 만나러 외국에 나갔다는 이유만으로 아버지를 감금할 어떤 권한도 없다”고 규탄했다. 자신의 가족과 친척 29명이 강제 수용소에 끌려갔다는 한 위구르족 남성은 53세의 동생이 2017년 초 캠프에 구금됐는데, 같은 해 11월 캠프 안에서 사망했다고 했다. 그는 최근에야 동생 사망 소식을 알게 됐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소수민족인 한 카자흐족 주민은 부모님, 남동생과 연락이 끊겼다며 “그들은 가축이 아니라 권리를 가진 사람”이라고 절규했다. 미흐리굴 투르쑨이라는 위구르족 여성은 지난해 말 워싱턴 내셔널 프레스 클럽 기자회견에서 캠프 내에서 고문을 받았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그는 “한 번은 의자에 손발이 묶인 채 전기 고문을 받기도 했는데 의식을 잃기 전 온몸을 벌벌 떨었던 고통 외에는 기억하지 못한다”며 “고문을 견뎌내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워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제발 죽여달라’고 간청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 위구르족 문제 전문가는 기자와 만나 신장 지역에 사는 1100만 명의 위구르족에게 일상이 ‘공포’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여름 연구차 신장을 방문했는데, 한 농촌에서 넓은 집에 할아버지 혼자 있길래 그 연유를 물었더니 아들 5명이 ‘다 갔다’고 그러더라”며 “무서워 벌벌 떨며 ‘캠프’라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더라”고 실상을 전했다.

이 같은 증언과 폭로들이 이어지면서 국제사회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중국 정부가 신장 지역에서 위구르족을 법적 근거 없이 대규모로 구금하고 중국 정부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게 하며 이슬람 신앙을 포기하도록 강요하는 등 사상 주입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제앰네스티와 휴먼라이츠워치 등 국제 인권단체들도 보고서를 통해 “현재 신장지역에 많게는 1000개가 넘는 강제 수용소가 운용 중이며 부실한 식사 제공, 강제 노역에 고문까지 자행되고 있다”고 폭로했다. 또 “만다린어(중국어)와 고대의 유교 경전, 반이슬람적 종교 사상, 사회주의 등을 교육하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찬양하고 충성을 맹세하도록 강요하는 등 세뇌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6년 8월 시짱(西藏, 티베트)자치구 당서기였던 천취안궈(陳全國)가 신장위구르 자치구 당서기를 맡으면서 이 지역은 촘촘한 감시와 구금이 횡행하는 ‘공포정치’의 대명사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09년 우루무치 사태 이후 2013년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 자동차 테러와 31명이 숨진 2014년 쿤밍(昆明) 무차별 테러 사건 등 위구르족 극단주의자들이 1990년부터 수천 건의 테러 공격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천 서기는 취임 후 테러리즘 근절을 위해 수용소 설치와 최첨단 감시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시 주석이 주창한 글로벌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의 기점이 신장 지역인 점도 이 같은 강경 대응을 낳게 했다. 위구르족 등 모든 소수민족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보고 안면인식 등 첨단 정보기술(IT)과 곳곳에 깔린 CCTV, 200m 간격으로 세워진 경찰 초소, 주민들의 DNA 채취 등 거대한 ‘빅 브러더’ 시스템이 갖춰진 것이다. 이 지역은 단위 면적당 감시 카메라 설치 비율 세계 1위라는 ‘오명’을 자랑하기도 한다.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 폐쇄와 위구르어 말살 등 사실상 위구르족에 대한 ‘인종 청소’가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중국이 국제사회의 비난 속에서도 위구르족 등에 대한 강압 통치에 나서고 있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반대로 위구르족의 분리·독립운동은 그토록 강력한 것인가. 중국 입장에서는 우루무치 사태 이후 해외에 근거지를 둔 ‘동투르키스탄이슬람운동(ETIM)’ 등이 끊임없이 극단적 수단으로 독립운동을 벌이는 상황을 적극 차단할 필요가 생겼다. 이 지역에서의 분리·독립운동에 미온적으로 대처할 경우 티베트 등 다른 소수민족의 독립운동에 영향을 주고, 이는 중국이 가장 중시하는 ‘국내 안정’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위구르족 입장에서는 중국의 꾸준한 한인 이주 정책으로 한때 75%에 달했던 위구르족 비중이 몇 년 전 절반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민족 정체성이 흔들리고 경제·사회적 박탈감과 소외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위구르족 문제 연구자들은 2010년대 이후 중국 당국이 전방위적 감시·통제에 나설 만큼 위구르족 독립세력들의 영향력이 큰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한 연구자는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대거 독립하면서 인종·종교·문화적으로 유사한 위구르족들의 독립 열망도 커졌다”며 “2000년대 초반 이라크 전쟁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원했던 미국이 유엔에서 위구르족 독립운동 단체들에 대한 테러리스트 규정을 지원하면서 미·중 합작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후 중국은 반테러를 명분으로 국내 선전기관과 언론을 동원해 위구르족에 대한 ‘악마화’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위구르족 문제 권위자인 아드리안 젠츠 독일 문화신학대학원 교수는 “위구르족은 이제 중국 공산당에 대한 불복종은 꿈조차 꿀 수 없을 정도로 위협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1800년대 청나라 지배하에 있던 이 지역은 여러 차례 독립운동을 벌였고, 실제 3번의 독립을 이루기도 했다. 김호동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는 저서 ‘황하에서 천산까지’에서 “신장 지역의 인구 구성 변화 등을 볼 때 앞으로 한족 숫자가 더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며 “위구르족이 중국이라는 체제 안에 머무는 것에 만족한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앞으로 비극적 사태는 피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베이징 = 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