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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받았던 연예인출신 정치인

연예인 출신 정치인은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1) 이전에도 많았다. 이들은 대중적 인기와 함께 참신함을 무기로 정계에 진출해 국가 정상에 오를 만큼 두각을 나타내기도 하고, 때로는 ‘정치적 무지’를 드러내며 망신을 당하기도 한다.

성공한 연예인 출신 정치인의 대명사는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다. 일리노이주에서 태어난 레이건은 1932년 유레카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아나운서로 일하다가 1937년부터 영화배우로 전직해 약 50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영화배우로는 주목을 받지 못했던 레이건은 1947년 미국노동총연맹 산하 영화배우협회 회장에 선출된 후 정치인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하기 시작했다. 1962년 미국 공화당에 가입하면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이후 1966년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당선됐다. 1980년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돼 민주당의 지미 카터를 누르고 당선됐다. 4년 후 재선에도 성공했다.

레이건은 역사상 ‘위대한 커뮤니케이터’로 평가받고 있다. 취임 초 첫 100일간 467명의 국회의원을 만난 일화는 소통의 아이콘이 되기까지 그의 노력을 보여준다. 냉전이 극에 달했던 1980년대 말 역사적인 소련연방 해체가 진행되는 과정에도 레이건의 소통력은 빛을 발했다. 레이건은 이후 자서전에서 “나는 양국 간 불신의 장벽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믿었다. 우리는 지구상 가장 강력한 두 나라 지도자들 사이에 개인적 친분을 쌓아야 했다”고 기록했다. 레이건은 미하일 고르바초프 구소련 대통령과 1985년부터 1988년 사이 네 차례나 만났다.

아시아권의 배우 출신 정치인으론 조지프 에스트라다(82) 전 필리핀 대통령이 유명하다. 그는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속에서 대통령에 취임했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를 중퇴했지만 1956년 배우로 데뷔해 70여 편의 영화에서 주연을 맡으며 인지도를 쌓았다. 이후 1969년 수도 마닐라 교외 산후안 시장에 당선됐고 1987년에는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하지만 그가 집권한 후 필리핀의 경제 상황은 더욱 악화됐고 비자금 조성 혐의까지 드러났다. 결국 2000년 10월 검찰 수사가 시작됐고 의회에서 그에 대한 탄핵 논의가 진행되던 2001년 1월 스스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일본에선 1990년대 인기 걸그룹 ‘스피드(SPEED)’의 멤버 이마이 에리코(今井繪理子·36)가 지난 2016년 자민당 참의원 비례대표로 당선돼 활동하고 있다. 오키나와(沖繩) 출신이면서도 ‘오키나와 미군 훈련장’ 문제 등에 대해 제대로 답변하지 못해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2017년 7월에는 같은 당 소속 시의원과의 불륜 의혹이 제기되며 지탄을 받았다.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로 유명한 아널드 슈워제네거(72) 또한 연예인 출신 정치인 중 하나다. 1960년대 15세에 보디빌더 생활을 한 그는 1969년 ‘뉴욕의 헤라클레스’란 영화로 데뷔했는데 전형적인 근육질 배우 이상의 연기력은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다 1984년 영화 ‘터미네이터’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그는 미국 내 가장 영향력 있는 배우로 급성장했다. 이런 인기를 기반으로 슈워제네거는 2003년 11월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당선됐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