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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언론을 賣國과 愛國으로 나눠
‘짐은 국가다’ 시대의 언론관
민주·진보 외치다 독재 닮아

막말·부적격 인사 長官 지명
갈수록 독선·오만 심각해져
미래 아닌 과거로 시계 돌려

‘나는 매국(賣國)을 하고 있는가.’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이 낸 논평을 읽어보다 이런 섬뜩하고 도발적인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기자의 숙명인 권력 감시 차원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칼럼을 써온 필자도 민주당 논리대로라면 매국 범주에 속할 수도 있다. 대통령을 옹호하면 애국이고, 비판하면 매국 취급받는 것이 여권이 희망하는 언론 환경 같다.

지난해 9월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입장을 설명한 것을 두고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문 대통령이 유엔에서 김정은 수석대변인 됐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당시에는 가만히 있다가 지난 12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이런 소리를 듣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가 청와대와 여당의 집단 반발을 산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민주당은 대변인 논평에서 기사를 쓴 기자가 한국 국적의 외신기자라는 이유로 ‘국가원수를 모욕한 매국에 가까운 내용’ ‘검은 머리 외신기자’라고 인종차별적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노란 머리 외신기자’면 괜찮다는 것인지 황당할 따름이다.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아시아 출신 미국 언론인 모임인 아시안아메리칸기자협회(AAJA) 서울지부도 성명을 내고 ‘인신공격적 비판에 해당 기자가 신변의 위협까지 받은 상황’을 우려했다. 1970∼1980년대 권위주의 시절 정권의 탄압을 뚫고 민주화 운동의 숨통을 틔워준 외신기자들이 민주화가 됐다는 지금 되레 신변을 걱정할 정도다. 문 대통령은 지난 정권 때 일본 산케이(産經)신문기자가 ‘대통령의 7시간’ 기사 때문에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당하자 “한 시대 언론자유는 그 나라 민주주의 수준을 가늠케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느 수준일까.

입으로는 ‘촛불 혁명’ ‘민주화 정통성’ 운운하며 마치 정의를 독점한 듯 하는 민주당이 ‘짐은 국가다’라는 절대 왕조식의 인식과 인종차별적 언행을 거리낌 없이 하는 것을 보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한탄만 나온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최근 의회에서 ‘노동통계 부정 사건’을 추궁하는 의원에게 “내가 국가다”는 발언을 해 비판을 받은 것이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시황제’라고 불리는 것을 닮아 가는지 모르겠다. 민주화 운동에 앞장선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나 원내대표를 ‘5공 악법’ 중 하나로 자신이 폐지 서명해 없어진 ‘국가모독죄’로 처벌하자고 한 것을 보면 비정상으로 흐르는 것만은 사실이다.

정권을 잡기 전엔 민주주의자 행세를 하다가 권력을 누리면서 점차 권위주의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최근 지명된 7개 부처 장관 후보자들의 결격 사유가 잇따라 드러나는데도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사전에 다 체크된 내용”이라고 했다. 문 정부의 장관들은 정치인들을 ‘감염된 좀비’ ‘씹다 버린 껌’ 정도로 막말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주택 주무 장관이 ‘갭 투자’로 수억 원의 차익을 얻고, 용산참사가 벌어진 자리에 땅 투기를 해 수십억 원을 벌어도 문제 삼지 않겠다는 얘기다. 국회에서 뭐라 해도 ‘코드’만 맞으면 무조건 임명하겠다는 독선과 오만이 도를 넘었다.

막말, 대북관 논란에 휩싸인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이낙연 총리는 국회 답변에서 “여러 후보 중 가장 나았다”고 했는데, 문 정부 ‘인재 풀’에 있는 인물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친문 실세인 박범계 의원은 한 방송에 출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문제와 관련해 “권력형 비리에 대해선 공포스럽게 수사해야 하는 것이 정의의 관점에서 맞는다”고 했다. 공수처를 ‘남영동 대공분실’처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조국 민정수석은 공수처법이 통과되지 않는 이유가 “(현 국회가)촛불혁명 이전에 구성됐기 때문”이라고 황당한 변명을 했다.

무죄로 결론 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돈 봉투 사건’으로 검찰을, 기무사 계엄령 문건 수사로 군을,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으로 사법부를 물갈이했듯이 이젠 제1야당을 배제하고 ‘국민은 알 필요 없는’ 선거법 개정으로 국회도 장악해 ‘100년 집권론’의 서막을 열겠다고 한다. 유신과 신군부의 권위주의에 저항하고 민주화 적통(嫡統)을 자처하는 문 정부 인사들이 내뱉는 말속에 대한민국은 미래가 아닌 과거로 되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