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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폰 꽂고 스마트폰으로
외국인과 실시간 대화 가능
구글 ‘픽셀버드’ 내달 출시
한국어 등 40개 언어 통역

업계 “2~5년內 시장 안정화”

시끄러운 강당에서 스웨덴 여성과 미국 남성이 대화를 나눈다. 남성은 여성에게 영어로 “안녕 이사벨, 잘 지내?”하고 묻는다. 여성 귀에 꽂힌 이어폰이 영어를 스웨덴어로 통역하고 여성이 스웨덴어로 답하자 스마트폰이 영어로 ‘물론이지, 고마워’라고 답한다. 객석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는 지난 4일 미국 구글 이벤트에서 진행된 웨어러블(착용형) 통역기 ‘픽셀버드’(사진)의 시연 장면이다. 이 행사는 구글 자체 제작 스마트폰 픽셀2보다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다는 후문이다.

23일 관련 업계와 애틀러스 리서치에 따르면 조만간 웨어러블 통역기 시장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최근 보고서(Hype Cycle for Wearable Devices)를 통해 웨어러블 통역기 시장이 2∼5년 내 안정화 단계에 이를 것이라고 언급했다. 구글은 픽셀버드를 오는 11월 159달러에 미국, 호주 등에 출시할 예정이다. 이 기기는 한국어와 영어를 비롯해 40개 언어를 통역할 수 있다. 물론 아직 픽셀2 스마트폰과 연동해야만 쓸 수 있다.

구글뿐만 아니다. 최근 미국 도플러랩스와 독일 브라기 등이 통역 기능을 제공하는 이어폰을 선보였다. 일본의 로그바는 목에 거는 넥밴드 형태의 통역기를 공개했다. 국내 기업 중에는 한글과컴퓨터가 말랑말랑 지니톡 웨어러블을 선보인 바 있다. 애틀러스 리서치 관계자는 “PC나 스마트폰으로 이용할 수 있는 통역 서비스는 이미 있지만 키보드 입력이나 화면 터치 같은 별도의 조작이 필요해 이용환경이 제한적”이라면서 “웨어러블 단말이 통역분야에 유용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최근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 웨어러블 기기 시장이 통역 기능을 통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실 현재 피트니스 트래커와 스마트시계가 양분하고 있는 웨어러블 시장은 성장성이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웨어러블 기기 사용자는 2015년 한해에만 623.75% 증가했으나 지난해에는 140.64%, 올 상반기에는 21.9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실시간 통역기들의 통역 품질이 높지는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그러나 구글 픽셀버드의 출시를 계기로 애플을 비롯한 글로벌 업체의 움직임이 빨라질 수 있으며 피트니스 트래커와 스마트시계에 쏠려있던 웨어러블 시장의 외연 확장 기회를 열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