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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기 면허 있어야 도로운행
무면허 태반… 사고 위험 늘어

지난 8월 29일 오후 서울 성동구의 한 이면도로. 박모(16) 군이 ‘전동 휠’이 달린 킥보드를 타고 있었다. 박 군은 ‘혹시 원동기 면허가 있느냐’는 문화일보 취재진의 질문에 “킥보드를 타는데도 면허가 있어야 하느냐”며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같은 날 만난 최모(22) 씨도 원동기 면허 없이 전동 킥보드를 타고 있었다. 최 씨는 “전동 킥보드를 구입할 때도 면허가 있어야 탈 수 있다는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근 전동 킥보드와 세그웨이(사진) 등 전동 휠을 활용한 이동수단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많은 이용자들은 무면허 상태로 운행하고 있다. 도로교통법상 전동 킥보드와 세그웨이는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돼 반드시 면허를 취득한 뒤 이용해야 한다.

최근 무면허로 전동 킥보드를 운전하다 사고를 낸 20대 남성이 경찰에 입건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A(21) 씨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고 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6월 강남구 한 공원 자전거도로에서 무면허로 전동 킥보드를 타다 자전거를 타던 60대 남성과 부딪혀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데 A 씨에게 무면허 운전을 처벌하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도로교통법 154조 2항에 따르면, 운전면허 없이 원동기장치자전거를 운전하는 사람은 3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하게 돼 있다. 도로교통법에서 도로의 개념은 도로법을 준용하고, 도로법에 규정된 도로에는 ‘자전거도로’가 포함돼 있다. 그러나 공원 안의 자전거도로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른 자전거도로에 해당하지 않아 무면허 운전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A 씨가 사고를 낸 곳은 일반도로가 아니어서 무면허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제도 자체가 잘못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전동 휠은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해당하는데도 사용신고 의무조차 없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2012년부터 배기량 50cc 미만의 이륜차에 대한 사용신고제를 의무화했지만, 전동 휠은 지금도 신고대상에서 제외돼 있다”며 “현행 면허체계가 전동 휠과 같은 새로운 이동수단의 등장 흐름을 못 따라가고 있는데, 현실에 맞게 법을 고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