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재계의 쓴소리 9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전국 최고경영자 연찬회에 참석한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개회사를 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 경총 연찬회서 성토 쏟아져

“경제위기 극복 최상 방법은
‘기업가형 국가’실현하는 것”

다른 나라 自國기업 도울 때
우리 정치권은‘때리기’골몰
빅데이터·핀테크 등 뒤처져

조기 대선정국을 맞아 유권자를 유혹하는 ‘표(票)퓰리즘’식 일자리·재벌해체 공약과 기업을 옥죄는 각종 정책이 정치권에 난무하면서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개최한 ‘제40회 전국 최고경영자 연찬회’에 참석한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정치권을 성토하고 기업가정신 독려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박병원 경총 회장은 9일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조선 서울호텔에서 열린 연찬회에서 개회사를 통해 “돈 벌어 세금 내는 일자리가 늘지 않는데 ‘돈 쓰는 일자리(공공부문)’가 얼마나 오래 지탱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기업이) 하겠다는 일은 하나도 할 수 있게 못 해주니까 막대한 돈을 들여 창업을 장려하고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것을 대안이라고 내놓는 것 같은데 제대로 돈 버는 일자리는 못 만들겠으니 돈 쓰는 일자리나 만들겠다고 하는 것으로 들린다”고 꼬집었다.

박 회장은 이어 “국내외 투자자들이 사업 리스크(위험)를 감당하고 돈을 벌 수 있다는 판단이 서야 투자가 일어나고, 또 몇 년이 지나야 일자리가 생기는데 우리는 어느 것 하나 규제의 덫에서 자유로운 것이 없어 뭐가 되겠냐”며 “아무것도 바꾸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빅데이터, 핀테크(금융IT), 드론, 무인 자율주행차, 원격진료 등 어느 하나 규제의 덫에서 자유로운 것이 없는 나라이다 보니 안 되는 것이 없는 나라(중국)에 뒤질 수밖에 없다”며 “다른 나라 정부와 정치권이 자국 기업들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력하는 것을 보면 야속한 마음이 드는데 우리 정치권이 그렇게 해 줄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질타했다.

기조 강연자로 나선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한국 경제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최상의 방법은 ‘기업에 좋은 것이 국가에 좋고, 국가에 좋은 것이 기업에 좋다’는 조건을 동시 만족하는 ‘기업가형 국가’의 실현”이라며 “정부의 제반 정책과 제도가 생산적, 창의적 기업 활동을 뒷받침하고 성장, 고용, 복지, 분배 등 경제 과제의 해결 주체가 기업이 되는 국가가 바로 기업가형 국가”라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미래는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 기업이 주체적으로 헤쳐 나가야 하는데 이 시대에 요구되는 글로벌 기업가정신은 훨씬 더 복잡하고 도전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8일에 이어 이날도 국회를 찾아 상법 개정안 처리 움직임에 대해 경제계의 우려를 전달했다. 현재 각 당이 국회에 상정한 상법 개정안은 모두 25개로 대부분 대주주 권한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경제계는 입법 취지에 반해 자칫 경영 자율성 침해로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남석·박준우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