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KT&G 전북본부 소속 직원들이 동료 간의 업무 경험을 나누고 감정 상태를 이해하기 위한 ‘가치 워크숍’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KT&G 제공

- (16) KT&G ‘소통·교류’

제안내용 따라 마일리지 적립
현금 전환·공헌기금에 기부도
‘크로스미팅’으로 부서간 교류
업무 공유 ‘가치 워크숍’ 열어

기업의 규모화가 촉진되면서 같은 회사, 그룹에 소속돼 있는데도 불구, 서로 얼굴조차 익히지 못한 채 이질적인 모습을 보이는 현상이 곳곳에서 목도되곤 한다. 스킨십이 떨어지는 이 같은 조직 내의 장벽은 일체감 형성을 저해하고 자칫 부서이기주의의 부정적 현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 공동의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여러 기업이 조직문화 쇄신 차원에서 활발한 소통, 교류를 촉진하려 애쓰는 배경이기도 하다. 글로벌 5위 담배회사로 도약한 KT&G, 굴지의 제과·제빵 전문기업으로 성장한 SPC그룹은 다종다양한 제도를 도입해 직원·부서 상호 간의 소통을 강화하려 노력하는 대표적 기업으로 꼽힌다. <시리즈 끝>

KT&G에는 ‘제안관리시스템’이란 제도가 운용되고 있다. 임직원들의 작은 아이디어 하나도 놓치지 않고 ‘알토란’처럼 키우는 게 결국 사내의 건전한 문화 조성과 상하 간의 활발한 업무 소통에 도움이 된다는 취지에 따라 도입된 것이다. 제도는 제안 등록, 심사, 포상, 공유 순으로 운영된다. 특이한 점은 제안사항에 대해 마일리지를 적립해 현금으로 전환하거나 KT&G의 사회공헌기금인 ‘상상펀드’로 기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매달 KT&G는 이렇게 모인 제안을 대상으로 ‘이달의 제안인 상’, ‘자랑스러운 KT&G인(人) 도전 정신상’을 선정, 시상함으로써 자발적 참여를 유도한다. KT&G 관계자는 “보다 많은 참여를 위해 우수 제안자를 포상, 혜택을 주고 있다”며 “수상자에게는 3박 4일간의 해외연수 기회를 제공하고 직무 연관도가 높은 시설을 방문해 견문을 넓힐 안목도 키워준다”고 말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KT&G와 그룹사 재무담당자들이 지난 6월 10일 ‘가치 워크숍’ 프로그램인 ‘열정 런닝맨’ 프로그램을 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회사가 신경 쓰는 만큼 참여율은 놀랍다. 지난해 전 직원의 63%가 5633건의 제안을 쏟아 냈다. 이렇게 쌓여 거둔 재무효과가 금액으로 환산하면 66억 원에 달했다. 우수 사례는 제조 및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 개선 내용이 주를 이뤘다. 전문적인 견해가 없으면 당연히 포상 대상이 될 수 없다. 직원들이 항상 문제점과 대안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연구하는 자세를 갖추는데 ‘견인차’, ‘자극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수제안자로 뽑힌 김종섭(42) KT&G 남서울본부 남양주지점 팀장은 “평소 업무에 대해 많은 관심을 두고 사소한 것이라도 불편한 점은 없는지, 개선방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곤 한다”며 “작은 고민, 노력이 쌓여 실제 업무환경에 반영되면서 영업사원들에게 도움이 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제안관리시스템과 함께 역점을 두고 있는 KT&G의 커뮤니케이션 강화 ‘비책’은 ‘크로스 미팅’. 업무 연관성이 떨어지거나 연계교류가 쉽지 않은 부서끼리 묶어 서로 소통하며 업무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이를 위해 본사의 74개 부서를 33개 팀으로 나눴다. 이에 참여한 직원들도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KT&G는 조직 전체에 유연함을 불어넣기 위해 이외에도 팀 빌딩(team building·조직효율 향상을 위한 조직개발기법) 프로그램인 ‘가치 워크숍’, 사내 인트라넷 ‘소통공감’ 게시판을 운영하고 있다. 가치 워크숍은 지난 4∼7월 기간에 28개 부서에서 323명이 참여해 업무공유와 함께 동료를 이해하는 소중한 기회로 활용했다. 온라인 소통채널의 경우 회사 발전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Idea of KT&G’, 구성원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마음의 소리’, 조직문화 개선 플랫폼인 ‘상상실현위원회’의 활동을 공유하는 ‘상상실현’으로 꾸며져 있다. KT&G 관계자는 “상상실현위원회는 기업문화 진단과 바람직한 변화 방향,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출범했는데 ‘일과 가정의 양립’, ‘현장 중심의 스킨십 강화’, ‘조직 내 계층 간 화합’ 등 3대 주제를 정하고 사내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퇴근 때 차량정체가 심한 매주 금요일의 경우 오전 8시 출근, 오후 5시 퇴근할 수 있는 탄력근무제를 적용해 시행하고 매월 첫째 주 수요일을 ‘동아리데이’로 지정해 영화, 볼링, 연극, 야구관람 등 자유로운 소모임을 권장하고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직원과 본부장끼리는 ‘소통미팅’, 직원끼리는 ‘소통 게시판’을 통해 공감대를 늘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백복인(51) KT&G 사장은 “올해 들어서는 휴가 신청 때 상사를 의식하지 않게끔 ‘사유 기입란’을 없애는 등 자유로운 휴가문화 조성에도 나섰다”며 “캄보디아 등에 대한 임직원 해외봉사단 파견, 복합문화축제인 ‘상상실현 페스티벌’ 등의 사회공헌활동까지 포함해 ‘소통·교류’ 문화를 대내외에 굳건히 뿌리내리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서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