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가 29일 주최한 ‘제25회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대회’에서 판·검사와 변호사의 자격(資格)을 분리해 이원화(二元化)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이 문제는 그동안 법조 인력·환경의 급속한 변화에 따라 개별적, 산발적으로 거론돼 왔는데, 이번엔 유일 법정 변호사단체가 사실상 ‘공식 제안’하는 형식이어서 무게가 다르다. 홍만표 변호사 파문 등에서 보듯 전관예우 범죄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임을 고려할 때 시의적절한 문제 제기로 보인다.

제1주제 ‘법조비리 척결 어떻게 할 것인가’를 발제한 이승태 변협 윤리이사는 “미봉책 아닌 진정한 의미의 사법 개혁을 위해 판·검사 선발 시험과 변호사 자격시험을 분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정형근 경희대 로스쿨 교수도 토론에서 “선진국은 판·검사가 퇴직 후 변호사가 돼 재판과 수사의 공정성이 문제 되는 경우를 찾기 어렵다”며 “판·검사는 정년까지 근무하고 퇴직 후 변호사로 개업할 수 없도록 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판·검사의 길을 일반 정년제 직업공무원과 맞추고, 변호사의 길과 완전히 분리하는 방안은 법조 시스템의 중대한 변화여서 여러 부차적 문제들도 예상된다. 그러나 새롭게 법조인의 길을 선택하는 로스쿨 입학생이나 신규 판·검사 임용부터 적용하는 등의 보완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사법시험 존치 논란 해법에도 도움이 된다. 현직 판·검사와 변호사의 경우엔 소급 적용을 하기 어려운 만큼, 선임서 미제출 ‘몰래 변론’에 대한 제재를 형사범죄화하고 공직 퇴임 변호사의 수임제한 기간도 현행 1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등 전관예우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의 변호사법 개정으로 보완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