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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취업난 속에 대학생들이 방학의 즐거움을 포기하고, ‘제2의 고3’ 수험 생활을 선택하고 있다. 배낭여행 등으로 견문을 넓히는 게 아니라, 토익 전문 기숙학원이나 약학·의학전문대학원 시험 대비 기숙학원에서 방학을 보내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군대처럼 단체복을 입고, 이성 교제를 하면 학원에서 쫓겨나는 규정에도 흔쾌히 동의했다. 수험생끼리 통성명조차 하지 않고 번호로 상대를 부르며 철저히 자기 공부에만 열중하는 무정한 경쟁사회 속으로 대학생이 빨려들고 있다.

취업준비생인 대학생 김모(26) 씨는 방학이 시작되는 7월부터 합숙을 하면서 하루 15시간 토익만 공부하는 ‘토익 기숙학원’에 다닐 예정이다. 600점대인 토익 점수 때문에 올 상반기 취업에 실패했다고 생각한 김 씨는 방학을 모두 투자해 토익에 ‘올인’하기로 했다. 김 씨는 27일 “토익 유형이 바뀌면서 더 어려워졌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하반기 취업 성공을 위해 두 달 동안 정말 모든 것을 제쳐 두고 토익에 매진할 예정”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김 씨는 “집이 서울이라 통학도 가능하지만, 고3 때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준비하려고 일부러 학원 기숙사 입소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기숙학원 수강생들은 대부분 같은 옷을 입고 시간표에 맞춰 생활한다.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는 모두 반납해야 한다.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끼리 친해지지 않도록 통성명을 하지 않고 번호로 부르기도 한다. 이성과 사귀면 학원에서 퇴출당한다는 규정도 있다.

한 약학전문대학원 준비 기숙학원에서는 ‘지나친 액세서리 착용’이나 ‘수업시간 남녀 합석’도 규제 대상으로 정해 벌점을 매긴다. 벌점을 받으면 ‘벌칙 조끼’를 착용하고 생활하거나 반성문을 써야 하고, 부모에게도 통보된다. 한 달에 숙박비와 수강료 등 240여만 원의 학원비가 들지만 7월 개강하는 이 학원은 이미 입소 신청이 마감됐다. 올해 초 겨울방학을 이용해 기숙학원에 다녔다는 이모(여·25) 씨는 “오전 6시 30분에 일어나 다 같이 아침 체조를 하고 하루 종일 공부만 했으며, 한 달에 외출은 3일밖에 없었다”며 ‘씁쓸한 과거’를 회고했다.

황승연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목표를 갖고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좋지만, 오로지 취업을 위해 개성, 인권, 인간미까지 포기해야 하는 대학생들의 현실이 안타깝다”며 “학생들도 단기간에 고득점을 받겠다는 생각으로 학원에만 의지하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효목 기자 soarup6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