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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뢰즈대회’ 꾸린 김재인 박사

“실천은 구체적 조건서 출발을… 해결책은 지구 전체 고려해야”

질 들뢰즈(1925∼1995)는 ‘현대철학의 아리스토텔레스’로 불릴 만큼 앞 시대의 철학과 사상을 종합해 독자적인 체계를 구축한 프랑스 철학자다. 국내에서는 그의 사후에 조명받기 시작해 지금까지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 사이에 논쟁의 중심에 있다. 지난 17∼19일 서울대에서는 국제 들뢰즈 학술대회가 처음 열렸다.

서울대 철학과에서 들뢰즈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안티 오이디푸스’ ‘천 개의 고원’ 등 들뢰즈의 주요저작을 번역, 소개한 김재인(47·사진) 박사는 강우성 서울대 교수, 이택광 경희대 교수와 함께 이번 학술대회의 조직위원으로 참여해 대회를 꾸리고 기조강의를 했다. 김 박사는 최근 들뢰즈 입문서인 ‘혁명의 거리에서 들뢰즈를 읽다’(느티나무책방)를 펴내는 등 가장 활동적인 ‘들뢰즈 안내자’다.

―이번 학술대회 성과는?

“이 학술대회는 호주 이언 뷰캐넌 교수의 주도로 2008년부터 열리고 있고, 들뢰즈에 관한 유일한 공식국제학회다. 뷰캐넌의 평가로는 지금까지 아시아 들뢰즈 학술대회 중 가장 성공적이었다. 이번에 16개국에서 70명이 넘는 발표자와 진행자가 함께했고 모두 만족스러워했다.”

―들뢰즈는 어떤 철학자인가.

“현대 철학자 중에서 들뢰즈는 철학뿐 아니라 문학, 미술, 영화 등 예술 분야와 정치, 경제 등의 분야에서도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서양 철학사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루크레티우스, 스피노자, 흄, 니체, 베르그송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마르크스와 푸코, 그리고 특히 공동 작업을 했던 펠릭스 과타리의 영향도 컸다. 들뢰즈는 인간과 사회를 우주 전체의 일부로 여겼다. 이는 자연도 이미 인간화되어 있고, 인간도 자연을 초월해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는 이중성을 강조한다. 들뢰즈는 가장 최근의 사회 상태인 성숙한 자본주의를 배경으로 이 점을 예리하게 분석했다.”

―신자유주의의 전면화 시대에 들뢰즈의 철학은 어떤 유효성을 갖나.

“들뢰즈가 ‘자본주의와 분열증’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안티 오이디푸스’(1972)와 ‘천 개의 고원’(1980) 등 자본주의를 분석한 책을 발표한 시기는 유럽과 북미에서 이미 신자유주의가 작동하고 있던 때였다. 한국에서는 그 영향을 1997년 외환위기 무렵부터 느끼기 시작했다. 이미 깊은 수준에서 자본주의를 분석하고 동시에 극복할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부채’ 메커니즘이나 군산정 복합체 등 자본주의의 핵심뿐 아니라 생태, 인구, 네트워크, 인공지능 등 현대의 거의 모든 중요한 사안들에 대해 들뢰즈는 고유한 분석을 제시하고 있다.”

―들뢰즈의 실천적 방식은 뭔지 모르겠고, 너무 갑갑하다는 반응도 있다.

“들뢰즈의 실천철학(윤리와 정치)은 하늘에서 동아줄이 떨어지는 방식으로 우리가 구원될 수 없으며, 물리사회적 조건과 무관하게 자유로운 결단을 통해 행동할 수도 없음을 강조한다. 실천은 우리가 처해 있는 구체적인 조건에서 출발해야 하며, 그 조건은 현재 전지구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가까운 문제에 대한 해결책 마련에도 지구 전체를 고려해야 한다. 집단이 함께 지향할 목적을 너무 쉽게 요구하면 항상 지도부가 나오고 강령이 제시되며 계몽의 대상이 될 사람들이 설정된다.”

―들뢰즈는 어렵다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에 펴낸 ‘혁명의 거리에서 들뢰즈를 읽다’가 쉽게 안내한다. 어떤 순서로 읽어야 할지, 독자의 수준마다 무엇이 필요한지도 소개돼 있다. 나아가 들뢰즈를 읽는 현명한 방법, 즉 앨범 속에서 한 곡을 고르거나 시집에서 시 한 편을 고르듯이 읽으라는 조언도 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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