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초월해서 시스템 구축
113대 의회선 89회나 조사

지난 2006년 9월 미국 플로리다주 공화당 소속 하원 의원인 마크 폴리 의원이 수습보조원(Congressional page)으로 일하고 있는 10대 남학생에게 성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등 성희롱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미 하원의 윤리위원회는 자체 진상조사단을 꾸려 사건의 진상 규명에 나섰을 뿐 아니라, 조사를 공화당 지도부로 확대해 당 내부에서 폴리 의원의 성추행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았음을 밝혀냈다. 윤리위의 철저한 조사로 인해 폴리 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했고, 공화당은 두 달 뒤인 11월에 열린 선거에서 참패했다.

이렇듯 미 의회의 윤리위원회는 국회의원의 비위가 발생할 경우 자체 조사위를 꾸려 철저하게 조사하며, 그 결과를 투명하게 국민들에게 공개한다. 이 과정에서 의원들의 도덕적 결함이나 당의 구조적 문제가 여과 없이 파헤쳐지면서 비위를 저지른 의원은 다시는 정계에 발을 들일 수 없게 된다. 우리 국회의 윤리특별위원회가 의원들의 막말과 비위 등에 대해 제대로 조사하거나 상응하는 제재를 가하기보다는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 자정능력을 상실해가는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미국 의회를 연구한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 국회의 윤리특위와는 다르게 미 하원의 윤리위원회는 초당파적으로 일을 처리하도록 시스템을 마련하고, 특정 당에 유리한 판단을 하지 못하도록 여러 장치를 갖춰놓았다”며 “이 과정에서 국민이 의회 윤리위의 조사 결과를 신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 의회 윤리위는 의원들의 여행·선물·외부소득 등에 대해 철저하게 관리하고,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문제에 대해 선제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제113대 의회 당시 미 윤리위는 89번의 자체 조사를 벌였고 4번의 조사위원회를 꾸렸다. 이 기간에 윤리위가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는 10건으로 총 1900쪽에 달한다. 반면 우리나라 국회의 윤리특위는 지난 18대와 19대 국회를 통틀어 단 2건의 의원 징계안을 통과시켰을 뿐이다.

특히 미 하원의 경우 통상적으로 각 상임위에서 다수당이 소수당에 비해 한 명이라도 더 많도록 하는 등 다수당에 유리한 상임위 구성 원칙을 유지하고 있지만 윤리위만은 예외다. 미 의회의 윤리위원회는 상임위 가운데 유일하게 공화당과 민주당 소속 의원 각각 5명씩 1대1의 비율로 구성하게 돼 있다. 이는 위원회가 다수당에 유리한 결정을 하거나 정치적 판단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