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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중심 정계개편론’ 부상

여야 이념분포 11개 그룹 세분
새누리, 중도파·우경화 분화
더민주, 5개그룹 이상 혼재
국민의당, 安·호남그룹 양분

3당체제도 다양성 수용엔 한계
이념 따른 실질 구도변화 필요
중도보수 성향 4신당 출현땐
대선 ‘4자+α’구도로 갈수도

정치권에서 ‘헤쳐 모여’식 새판짜기를 통해 다양한 가치와 이념적 스펙트럼을 담을 수 있도록 정당들이 나와야 한다는 논의가 부상 중이다. 정치권의 다양한 정치·이념적 스펙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양당 정치의 고착화로 보수와 진보 간의 선명성 경쟁이 심화하면서 중도를 포함한 다양한 가치를 담아낼 만한 그릇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반성에 따른 것이다.

특히 4·13 총선에서 3당체제가 마련된 것을 계기로 이제 본격적인 정계개편을 통해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을 담을 수 있는 실질적 변화가 나타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하는 상황이다. 새판짜기가 본격화할 경우 내년 대선이 1987년 이후 30년 만에 ‘4+알파’의 다자구도로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3당구도에서 새누리당 내 비박(비박근혜)계가 분리돼 새 정당의 기반을 만들어 중도보수 성향의 제4당이 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일 각 정당의 공약과 당선인들의 계파 등을 중심으로 이념적 스펙트럼을 분석한 결과 진보 성향의 정의당에서부터 가장 보수화된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에 이르기까지 이념 분포는 크게 11개 그룹으로 세분화할 수 있었다. 지난해부터 분화 절차를 밟은 야권과 달리 새누리당은 총선 이후 내홍을 겪으며 당내에서 이념 분화가 시작되는 양상이다. ‘유승민 그룹’과 대권 잠룡들이 포진한 ‘오세훈·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 그룹’은 당 혁신 목소리를 내며 중도에 비교적 가까운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 친박계는 영남권과 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보수 우경화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야권은 대체로 현재의 정당별로 이념 성향이 나뉘었다. 정의당이 가장 왼쪽에, 국민의당은 중도 쪽에 가까운 것으로 분석됐다. 국민의당 내에서도 호남을 중심으로 한 지역구 당선인들과 안철수 공동대표를 중심으로 이념적 성향이 나뉘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86그룹, 범친노, 비노(비노무현) 등으로 세분됐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친노이지만 점차 독자성을 갖는 그룹으로 분화 중이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범친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비노다. 김부겸 당선인은 탈(脫) 친노 성향의 중도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통화에서 “중도 세력이 얼마나 정치세력화를 할 수 있느냐가 이번 정계개편 논의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경제·안보 위기 상황에서 극단화된 경색 정국을 풀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중도 지향적 성격의 정치결사체 출현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야권 분화에 이어 ‘밀린 숙제’를 하고 있는 여권에서 수도권 중심의 중도와 영남권 중심의 보수로 분당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같은 염원이 표출된 것으로 분석된다.

여권에서 분당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자연스럽게 결선투표제 도입 주장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결선투표 도입을 주장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도 최근 같은 것을 언급했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양당 체제로 가면 계속 분열 정치만 강화되고 유권자 입장에서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며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동하·김병채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