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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출간 ‘흰’ 英 번역 완료
이미 英·네덜란드 판권 팔려
3개 주제 65편 이야기 실려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으로 세계 문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 한강(46·사진)이 새로운 장르인 ‘시(詩)소설’로 해외문학 시장 문을 두드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출판계에 따르면 한강의 차기작인 ‘흰’(난다)의 영문 번역이 이미 완료됐으며 영국과 네덜란드 등에 판권 수출까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 출간되지도 않은 신작이, 더구나 생소한 장르의 작품이 해외에서 먼저 판매된 것은 출판계에선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오는 25일 출간 예정인 ‘흰’은 시와 소설의 경계를 초월한 새로운 장르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흰 것을 소재로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 ‘그녀’ ‘모두 흰’이라는 3가지 주제 아래 65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장르적으로 새로운 시도이며 읽는 사람에 따라 한 권의 시집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게 출판사 측의 설명이다.

‘흰’은 한강이 2014년부터 쓰기 시작해 얼마 전 완성했다. 동시에 한강의 ‘채식주의자’(창비)를 번역한 데버러 스미스가 번역 작업을 진행했다. 번역본은 영국과 네덜란드 출판사에 전해졌고 그 자리에서 판매됐다. 유럽에서도 낯선 장르이지만 “매우 신선하고 흥미롭다”는 반응을 얻었다.

영국과 일본 등 해외문학 시장에선 ‘한강 바람’이 불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에서 판매된 한국 소설의 번역본이 2001년 88부에서 지난해 1만191부로 늘어났다. 여기엔 한강의 역할이 컸다.

일본도 한강을 주목하고 있다. 일본 독자들은 “한국문학을 몰라도 몰입할 수 있는 이야기”라며 ‘보편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채식주의자’ 일본어판은 출판사 쿠온에 의해 2011년 출간됐는데 최근 수상을 계기로 주문이 늘어나고 있다.

침체했던 국내 출판시장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예스24에 따르면 맨부커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17일 하루 ‘채식주의자’가 1만621권이 팔려 나갔다.

한국문학은 지난해 신경숙 작가의 표절 파문 이후 한동안 슬럼프였다. 특히 신경숙 작가의 작품 출간과 옹호 발언으로 비판받았던 창비는 ‘채식주의자’로 1년 사이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하지만 모처럼 맞은 한국문학 세계 진출의 기회를 마냥 들뜬 분위기로 그르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있다. 김종회 한국문학평론가협회장은 “한국문학이 세계화의 계기를 맞은 건 기쁜 일이다. 그러나 문학인들의 노력이 따르지 않고 책을 읽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는다면 사상누각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한국학중앙연구원에 따르면 ‘채식주의자’ 번역가인 스미스는 2011년 연구원이 시행한 ‘차세대 한국학 우수논문 지원 사업’에 응모해 우수논문으로 선정, 500만 원을 받았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