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與 압승땐 위상 상승
안철수 호남몰표땐 대권 발판
문재인 호남 뺏기면 치명타

이번 4·13총선은 내년 말 치러질 19대 대선의 전초전이라는 점에서 여야 잠룡들의 성적표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총선 결과는 각 당의 대표들은 물론 국회 입성을 노리는 원외 차기 대권 주자들의 정치적 운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옥새 파동’으로 상징되는 공천 파동의 중심에 서 있었던 만큼 총선 승리가 절박한 상황이다. 김 대표는 이미 총선 직후 대표직 사퇴를 약속했으며, “더 큰 정치를 하겠다”며 대권의 꿈을 공식적으로 내비친 바 있다. 총선에서 수도권 압승을 포함해 새누리당의 안정적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 대권가도에서 다시 상승세를 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미 107석을 ‘책임론’의 기준으로 삼고, 미달 시 대표직에서 사퇴하는 것은 물론 ‘비례대표 2번’도 포기한다고 밝힌 바 있다.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맡으며 야권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뒤로 “더 이상 킹메이커는 하지 않겠다”며 야심을 드러낸 바도 있다. 하지만 야권통합·연대 실패한 후 치러지는 ‘일여다야’ 구도 속에서 특히 수도권에서 전멸한다면 책임론에서 벗어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0대 국회에서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한 ‘20석 이상’을 최소 목표치로 삼은 가운데 호남의 ‘녹색 바람’을 바탕으로 한 상승 국면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호남에서 ‘몰표’를 줄 경우 야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 후보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 압승 시 야권 분열에 대한 책임론에서 전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전 대표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호남에서의 반문(반문재인) 정서를 되돌리기 위해 “호남에서 지지를 거둔다면 미련없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고 대선도 도전하지 않겠다”며 ‘승부수’를 던졌지만, 호남에서 절반 이상을 국민의당이 차지할 경우 ‘대선 포기 발언’에 대한 책임론에 시달릴 수 있는 상황이다.

‘무상급식’ 파문 이후 정치적 재기를 노리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에서 야당 중진인 정세균 더민주 후보를 누르고 승리한다면 여권 내 차기 주자로 위상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구 수성갑에서 ‘2번의 이변’을 노리는 김부겸 더민주 전 의원 역시 승리 시 지역주의를 깬, 외연 확장성이 인정된 차기 야권 주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