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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드펀딩·재능기부 받아 제작
美영화 ‘데드풀’·‘주토피아’ 제쳐
개봉 후 상영관 수 늘어날지 주목

14년 동안 준비해 빛을 보게 된 일본군 위안부를 다룬 영화 ‘귀향’(사진)이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오른 할리우드 영화들을 누르고 예매율 1위를 기록했다. 이 영화는 한·일간 위안부 문제 합의가 미묘한 파장을 부르며 상영관 잡기가 어려웠으나, 관객들의 높은 관심 속에 상영관이 늘어날지 주목된다.

2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귀향’은 이날 오전 8시 30분 현재 20.8%의 예매점유율을 기록, 실시간 예매율 1위에 올랐다. 2위는 지난 17일 개봉한 20세기폭스의 ‘데드풀’(12.7%), 3위는 같은 날 개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11.2%)였다. 이는 22일 현재 전국에서 150여 개의 상영관이 잡힌 ‘귀향’이 전날 1014개 상영관에서 38만 1605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데드풀’과 660개 상영관에서 14만 2095명을 모은 ‘주토피아’(3위)를 제치고 거둔 결과여서 의미가 크다. ‘귀향’ 배급사인 와우픽쳐스 관계자는 “애초 300개 상영관을 목표로 잡았다”며 “개봉 주 첫날부터 관객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개봉 이후 상영관이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24일 개봉하는 ‘귀향’은 피해자들의 증언을 통해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 지옥 같은 상황에서 처절한 삶을 살다 죽어간 위안부들의 모습을 담았다. 당시 상황 묘사에만 집중하지 않고, 절제미가 돋보이는 영상에 서글픈 노랫가락을 넣은 예술영화로 완성됐다.

영화의 각본과 연출, 제작을 맡은 조정래 감독은 지난 2002년 생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후원시설인 나눔의집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강일출 할머니가 미술 심리치료 중에 그린 ‘태워지는 처녀들’을 접한 후 충격을 받고 바로 다음 날부터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시나리오가 완성됐지만, 여러 차례 투자유치에 실패해 영화화되지 못하다가 한 네티즌의 제안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해 순제작비의 50% 정도인 약 12억 원의 제작비를 조달할 수 있었다. 크라우드 펀딩에는 7만5270명(1월 19일 현재)이 참여했다. 또 배우 손숙, 정인기, 오지혜 등이 모두 출연료 없이 ‘재능기부’로 참여했으며 재일교포와 일본인 배우들이 자비를 들여 출연했다.

영화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타지에서 생을 마감한 위안부들의 혼백이라도 고향으로 데려오자는 의미를 담았다. 조 감독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넋을 영화에서나마 고향으로 모시고 싶어 제목을 ‘귀향’으로 지었다”며 “이 영화가 정치적인 이슈와 맞물리는 것은 원치 않는다. 전쟁 범죄에 대한 ‘문화적 기록물’로 남기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