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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고객 서면 동의 절차 복잡
정보 무작위 제공시 처벌 문제
사물인터넷 등 걸림돌로 작용

A카드사는 지난해 특정 개인에 대한 타깃 마케팅을 하기 위해 자사 이용고객과 금융거래 정보를 빅데이터 기술로 분석하는 시스템을 고안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현 마케팅 효과가 미미해 효과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던 중 빅데이터 기반 타깃 마케팅을 고안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금융감독원 감독규정이 문제가 됐다. 감독규정에 따르면 빅데이터 기반 타깃 마케팅을 하려면 개별 고객의 서면 동의가 필요하다. 새 마케팅을 하려면 번번이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기업 입장에선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비용과 시간을 과다하게 써야 하기 때문에 현재까지 투자를 망설이고 있는 상태다.

B 자본시장 정보기술(IT) 솔루션 회사는 지난해 사내에서 보유 중인 증권, 주식거래 등 데이터를 매시업(mash-up·콘텐츠 서비스 융합)해 개선된 분석정보를 제공, 새 수익을 창출하려는 시스템 구축 계획을 세웠다. 회사 내 각 부서로부터 관련 데이터를 제공받아 투자성향, 추천항목 등을 도출하는 빅데이터 분석을 시도한 것. 하지만 실데이터를 보유한 사내 부서들이 제공을 거부해 프로젝트는 무산될 수밖에 없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대한 사전동의 위반 시 바로 형사처벌되기 때문에 담당 임직원이 몸을 사린 것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 관계자는 “직접적 형벌이 아닌 시정조치 위반 시 형벌 또는 행정벌 부과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빅데이터가 ‘21세기 원유’로 불리며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엄격한 개인정보보호 법제 때문에 우리나라 빅데이터 활용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자치부는 금융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등과 개인정보보호 법제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결성, 올 상반기 안으로 개인정보보호기본법 개정안을 만들 계획이다.

현재 우리나라 개인정보보호 관련 법제의 주요 이슈는 모호한 정의규정, 엄격한 동의규정, 과도한 제재규정 등으로 지적된다. 개인정보보호기본법(행자부)에선 개인정보를 ‘살아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성명, 주민등록번호, 영상 등을 통해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라고 규정하는데, 해당 정보만으로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더라도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해 알아볼 수 있는 것도 포함한다. 이러한 불명확한 정의로 인해 개인정보보호법 적용대상이 과도하게 확대될 우려가 크다. 또 개인정보처리 시 사전동의방식(Opt-in)을 채택해 민간부문 개인정보처리자의 경우 정보주체의 사전동의를 받아야 수집, 이용, 제3자 제공 및 공유가 가능하다. 이런 방식은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신규 서비스 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