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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룡 / 경희대 일반대학원장·사회학

국제적으로 이슬람국가(IS)의 테러가 빈발해 그러잖아도 흉흉한데 시민들은 근래 잇달아 발생하는 국내 지하철 사고 때문에 더 불안하다. 서울만 놓고 보더라도 하루 평균 720만 명 이상의 시민이 지하철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지하철 사고는 서울 시민 전체의 안전 문제와 직결된다. 1970년대 이후 열차와 지하철 사고 일지를 일별하면, 최근에 이를수록 안전사고의 빈도가 더욱 높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시간의 흐름에 따른 시설 노후화가 원인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열차와 지하철 시스템은 30, 4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첨단 공학적 안전 제어 시스템을 갖췄다는 점에서 그것이 안전사고 유발의 주요인일 수는 없다. 일각에서는 지하철공사의 만성적 운영적자 때문에 지하철 안전 운용 시스템이 낙후해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게 됐다고 보기도 한다. 그러나 시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지하철 안전 문제를 지하철 운영 기관의 경영상의 난맥을 개선하는 것보다 후순위에 둘 수 없다는 점에서 이는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지하철 운영 기관의 책임자뿐만 아니라 서울시 및 중앙 정부 관련 주요 공직자의 직무유기를 심각하게 따져 물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지하철 안전 문제를 시스템과 제도의 측면에서만 다뤄 왔다.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처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대형 사고뿐만 아니라, 그보다 규모가 작은 수많은 열차·지하철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이구동성으로 사고 재발 방지 및 예방을 위한 시스템을 신설·보완하고 관련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그에 따라 새로운 시스템들이 도입되거나 고쳐지고 관련 규정과 법규들이 제정됐으며, 이러한 과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유사한 사고는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물론 사회학자 울리히 벡의 말대로, 산업사회로의 전환 이후 서구 선진사회에서 안전 확보의 일반론은 위험을 분석·예측하고 통제하는 과학적 시스템과 이와 연관된 제도적 장치들을 통해 확립됐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적·시스템적 안전 확보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이를 떠받쳐 주는 일종의 ‘룰 준수 문화(rule-following culture)’가 뒤따라야 한다. 이 문화에는 해당 시스템과 제도를 규율하는 제반 규정들을 룰로 준수하는 주체(agent)의 수행적 덕목이 분위기로 형성돼 있다. 안전 확보의 일반 원리는 바로 이 문화 차원을 포함한다.

한국 사회의 안전 확보 일반론에 결여된 것이 바로 이 ‘룰 준수 문화’다.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시스템과 매뉴얼 및 관련 법규와 규정이 없지 않다. 그것에 대한 지식이 없는 것도 아니다. 또한, 운영 담당자의 지적 수행 능력 또한 전혀 부족하지 않다. 단지 그러한 시스템과 제도가 작동되기 위해 반드시 수행돼야 할 룰이 운영자에 의해 제대로 준수되지 않는 문화 정서적 경향성이 약할 뿐이다.

이제 우리 사회가 지하철 안전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할 일은 지하철 회사 공동체의 ‘룰 준수 문화’ 구축하는 것이다. 지하철 운영 업무 수행 관계자들이 관련 법규 및 매뉴얼의 지침과 규정을 충실하게 준수하는 수행적 덕목이 몸에 배어 자연스럽게 작동되도록 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 ‘룰’이 없어서 안전사고가 잦은 게 아니라, 그 룰을 생활화하지 않아서 빈발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